카네기스쿨 수료한 두 학생

중앙일보

입력

카네기코스를 통해 수학 공부가 재밌어진 박상범(왼쪽)군과 자신감이 생긴 우지윤양.

“데일 카네기 코스를 통해 나는 대화와 인간관계 스킬, 리더십, 대중 앞에서 자신 있게 연설하는 법을 배웠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카네기 코스에서 배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5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데일 카네기 코스가 85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코스도 있다. 카네기스쿨을 수료한 후 비전이 생겨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두 학생을 만났다.

과장된 발표 연습 덕분에 모든 일에 자신감 생겨

 미국으로 1년 간 교환학생을 다녀온 우지윤(서울 창덕여고 1)양은 올 3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 분위기에 익숙해진 우양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적응이 힘들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한 살 어린 동생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우양에게는 힘든 현실이었다. 힘든 시기를 두 어 달 보낸 우양은 카네기스쿨을 찾았다. 우양의 엄마 노수정(44·서울 강동구)씨는 “처음 바람처럼 카네기를 마친 후 지윤이가 세상 밖에 우뚝 선 것 같다”며 “간섭하지않아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됐다”고 말했다.

 우양이 카네기스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는 비전 설정. 3년 뒤 고려대 국제학부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 십여 년뒤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비전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우양의 꿈은 국제공무원. 그는 “비전 설정을 통해 막연했던 꿈이 시각화됐다”고 말했다. 우양의 침대 머리에는 이 비전 피라미드가 아직 붙어있다. 비전이 명확해지자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일을 생각하게 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단기 목표인 대학 합격을 위해 여름방학부터 토플 공부를 시작했고, 내신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우양은 “공부를 하지만 목적의식이 없었는데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카네기스쿨에서는 다른 사람들앞에서 큰소리로 발표할 기회가 많다. 연습을 할 때는 되도록 과장되게 하라고 배웠다. 그래야 실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앞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일부러 과장된 동작과 함께 발표를 해야 했다. 괴물이나 동물이 돼소리를 내거나 동작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양은 처음 그 시간이 두려웠다. 민망하고 목소리와 다리가 떨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우양은 “무엇이든 시도하기 전에는 두렵고 겁이 나지만 막상 해보면 별 게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발표를 통해 자신감이 생긴 우양은 두려움 때문에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 명예교사’가 돼 또래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교내합창대회에 나가기 위해 반 지휘를 맡기도 했다. 결국 학교 전체에서 우승을 했다. 우양은 “성공한 사람들은 안전지대가 넓다”며 “카네기에서 도전지대를 넓히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피아노 교습이 전부였던 우양에게 전혀 생소한 지휘는 안전지대가 됐다.
 
꿈 분명해지자 싫었던 수학 공부 스스로 하게 돼
 
 박상범(서울 오륜중 3)군에게는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 하나가 있다. 초등 5학년 때 미국으로 1년 간 유학을 가 현지 친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다. 지역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이고 영어를 잘못한 채 미국으로 건너가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과는 무리 없이 지냈는데 축구팀에 들어가 나이 많은 형들과 운동을 해 나이 차와 인종 때문에 배척을 당한 것이다. 박군은 “어려서부터 왕따를 당한 경험이 없어 속상했다”며 “부모와 친구도 없어 힘든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군은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지난달 학교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카네기스쿨에서 털어놨다. ‘새로운 자아발견’이란 시간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품어왔던 옛날 이야기를 큰소리로 말했다. 한 친구가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를 했다. 박군은 이 시간에 1년 동안 전교회장을 하며 친구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른 친구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했다. 그들은 모두 서로를 위로하고 눈물을 흘리며 친구가 됐다. 박군은 “친구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힘든 이야기를 솔직히 얘기함으로써 그동안 감춰뒀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군은 카네기에서 비전트리를 만들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의사가 돼 세계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박군의 꿈. 그는 “예전에는 꿈이 막연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꿈이 구체화되자 의욕이 생겼다. 수학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던 박군은의사가 되려면 수학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숙제만 겨우 끝냈지만 지금은 누구 시키지 않아도 하루 최소 3시간은 수학 공부를 한다. 전에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1~2분 생각하다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지금은 한 문제를 파는 습관이 생겼다.

 카네기 프로그램에서 박군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 것은 자신감이었다. 남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게된 후 자신감이 생겼다. 박군의 어머니 손주옥(45·서울 송파구)씨는 “상범이가 뭔가 시작할 때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막연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있었다”며 “지금은 그 두려움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고 말했다.

◆카네기코스=국제 공인 강사 자격을 가진 강사들이 99년 전통의 노하우로 코칭하는 세계적인 훈련기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월마트 창업주 샘 월턴 등이 카네기 코스를 수료했다. 수료생에게는 세계 85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데일 카네기 트레이닝(Dale Carnegie Training) 수료증을 수여한다. 서울대와 포스텍, 고려대 등은 교양과목으로 채택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