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볼만한 애니메이션 2편

중앙일보

입력

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볼만한 미국 애니메이션 두 편이 잇따라 선보인다.

8월 5일 개봉되는 월트 디즈니의 〈환타지아 2000〉 과 8월 12일 개봉되는 드림웍스의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모두 실망시키지 않을 수준작이다.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음악을 접목시키려는 실험 정신의 결과인 〈환타지아 2000〉은 월트 디즈니가 9년간 제작한 야심작. 마치 "마음만 먹으면 상업성과 상관없이 최고의 작품성을 지닌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 는 자신감을 과시한 듯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 조지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등 클래식 명곡에 따라 모두 8편의 단편으로 구성했다.

애니메이션 작화에는 월트 디즈니 소속 애니메이터들이 총동원됐으며 주제곡 녹음.연주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예술 감독 제임스 레바인. 트 디즈니는 1940년에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 미키 마우스를 처음 등장시킨 '환타지아' 를 발표하면서 매년 새로운 버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다 60년이 지나 '환타지아 2000' 을 선보였다.

〈환타지아2000〉 을 즐기는데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더욱 좋지만 아니어도 상관없으며 나이도 무관할 것으로 보인다.

각 단편마다 스티브 마틴.배트 미들러.퀸시 존스 등 대중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작품 해석을 곁들여 관객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월트 디즈니의 치밀한 전략적 배려다.

전위적일 정도로 실험적인 작품부터 최신 3D 기술을 이용한 작품까지 다양한 형태의 단편마다 공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한편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2D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알라딘〉 〈포카혼타스〉를 만든 돈 폴 감독 작품이다.

엘튼 존이 작곡과 노래를 맡았으며 〈프렌치 키스〉의 케빈 클라인, 〈햄릿〉의 케네스 브레너 등이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황금을 찾아 전설의 도시 엘도라도에 뛰어든 두 건달의 모험과 사랑이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깜짝놀랄 그래픽이나 극적 긴장감은 없지만 부담없이 즐길 만하다.

제사장과 부족장의 정치적 암투에 휘말려 얼떨결에 신(神)행세를 하게 된 두 건달의 언행에 미국 지상주의적인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도 편하게 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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