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쿠궁 … 밤 12시27분 지진 난 듯 땅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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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JTBC의 3부작 해외 파병 다큐멘터리 ‘히어로’ 제작진(오른쪽)이 지난 8월 1일 아덴만 해상에서 청해부대 링스 헬기의 출격 준비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오쉬노 부대 차리카 기지. JTBC의 3부작 다큐멘터리 ‘히어로’ 제작진이 기지에 도착해 다음날 제작 준비에 한창이던 밤 12시27분 “쿵 쿠궁!” 묵직한 포소리가 두세 번 들리고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로켓 포탄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날 새벽 모두 6발의 로켓포탄이 터졌다. 이 가운데 4발이 기지 안으로 떨어져 건물 콘크리트 방어벽이 움푹 팼다. 잔뜩 긴장한 취재진과 달리 부대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평화유지군(PKO)으로 활동하는 우리 군의 늠름한 모습이었다.

 지난 8월 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 우리 군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또 다른 현장이다. “총원 전투배치!”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함장의 지시가 떨어진다. 300여 대원이 일사불란하게 각자 위치로 이동한다. 저격수가 배치되고 함포는 해적을 정조준한다. 고속단정에 탄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이 피랍 선박에 접근하고, 하늘에선 링스 헬기가 해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박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해군 청해부대의 훈련현장은 실전을 보는 듯한 긴박감이 넘쳤다. 선박 10여 척을 호송하던 중 해적을 만난 상황을 가상한 이 훈련은 4000t급 구축함 이순신함을 모함으로 한 청해부대 7진이 매일 반복하는 해적 퇴치작전의 일환이다. 이순신함의 한동진 함장(대령)은 “아덴만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해적이 출몰할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라며 “하지만 ‘아덴만의 전설’을 만든 대한민국 최고 정예부대란 긍지 속에 사고 한 번 없이 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오쉬노 부대 차리카 기지가 로켓 포탄 공격을 받은 직후 취재기자가 깊게
파인 콘크리트 방어벽을 살펴보는 모습.

 해군 최초로 실전 임무를 띠고 2009년부터 아덴만에 투입돼온 청해부대는 우리 선박 261척을 포함, 3200여 척을 안전하게 호송했다. 또 각국에서 파견한 연합 해군 전력과 함께 15차례에 걸쳐 해적을 퇴치했다. 지난 1월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은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강진으로 22만 명이 숨진 아이티 에 파견된 단비부대도 ‘레오간(주둔지)의 축복, 레오간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부대가 운영하는 ‘단비병원’은 1년 만에 2만 명을 치료했다.

 7일 현재 우리 군은 14개국에 1450여 명을 파병했다. 임무도 평화유지활동에서 인도적 지원, 현지 군 훈련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초 남수단에 270여 명 1개 대대 수준의 평화유지 병력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JTBC의 해외 파병 특집 다큐 ‘히어로’는 11일 낮 12시10분 첫 방송된다. 2부(18일)와 3부(25일)도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다.

이주찬·오대영·곽재민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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