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 수익 4.3% … “내년 상반기까진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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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식형 펀드만 편식하던 국내 투자자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는 금·채권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다. 전문가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할 만한 자산은 채권형 펀드라고 입을 모은다. 식성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글로벌 채권펀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일까지 해외채권펀드에는 2099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7조789억원이 빠져나갔다. 자산관리계좌를 통한 국내 채권 투자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계좌형 상품인 삼성증권 ‘골든에그 어카운트’는 지난달까지 1조3000억원어치가 팔렸는데, 이 중 60%가 채권에 투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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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형 펀드의 최대 장점은 역시 안정성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2137개)의 연평균수익률은 -2.44%였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234개)는 4.3%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68% 하락했다. 채권형 펀드는 또 지난해에도 6%가 넘는 수익을 거둬 꾸준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1849개) 역시 최근 1년 수익률이 -17.1%였지만 해외 채권형 펀드(132개)는 2.3%였다.

 월 지급식 상품 판매가 늘며 투자자가 ‘고수익뿐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 흐름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도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높인 요인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팔린 월 지급식 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틴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종류A’(설정액 3205억원) 역시 채권형이었다.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 주식형 월 지급식 펀드는 포트폴리오에 있는 주식 일부를 팔아 월 지급금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채권형 월 지급식 펀드는 담고 있는 채권에서 3·6·12개월 등 일정 기간마다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월 지급금을 받아 써도 원금이 쪼그라들지 않는다.

 해외 채권펀드도 속속 신상품이 나오고 있다.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 많고, 일부 고위험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동양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중 인도네시아 채권을 편입한 신탁을 내놓는다. 인도네시아는 신흥시장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올 상반기 국가 신용등급이 ‘BB’에서 한 단계 올라 ‘BB+’가 됐다. 선진시장 채권 중에서는 호주 주정부 채권(호주 국가 신용등급 AAA)이 신탁으로 나왔다. 미래에셋증권 강효식 상품전략본부장은 “글로벌 해외채권은 국내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기대 수익이 높고 주식보다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유럽 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궂은 투자날씨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할 상품으로 채권형 펀드를 꼽는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는 “특히 한국인들은 통화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채권펀드가 좋다”고 추천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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