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마리아나 해구 누가 먼저 깃발 꽂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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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자오룽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로 1만1034m다. 인류는 평균 38만㎞ 떨어진 달에 수십 년 전 발자국을 남겼지만 정작 지구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 바닥까지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 깊은 바다에 한 걸음이라도 더 깊게 들어가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해 탐사의 패권 다툼이다. 20세기 냉전시대에 마치 미국과 옛 소련 간에 벌어진 우주 개발 경쟁을 보는 듯하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인잠수정 ‘자오룽(蛟龍)’을 타고 지난 7월 태평양에서 5056m 깊이까지 들어가 탐사를 했다. 자오룽의 잠수 가능 깊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7000m로 알려져 있으나 거기까지는 내려가지 못했다. 그래도 그 당시 세계는 다시 한 번 중국의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7000m까지 내려간다면 세계 바다의 99.8%를 탐사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은 수심 65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앨빈(Alvin) 2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이면 태평양에 진수되는 앨빈 2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인잠수정은 수심 4500m급의 앨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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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빈호는 1964년 처음 진수한 이래 비운의 타이타닉호, 심해열수공(深海熱水孔), 수많은 신종 해양생물을 발견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인류가 가장 깊이 들어간 수심은 1만918m로 60년 1월 23일 미국의 유인잠수정 트리에스테(Trieste)가 마리아나 해구에서 달성했다.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리에스테는 너무 무거워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심해 탐사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단지 인류의 잠수 기록을 세웠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탐사선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박사는 “심해 탐사정은 깊게 들어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고 깊게 들어가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과학적인 탐사를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앨빈호는 두 명의 과학자와 한 명의 선장을 태우고, 10시간 정도 연속 잠수할 수 있다. 4대의 비디오카메라, 2개의 로봇팔, 외부 관찰 창문이 달려 있다. 앨빈 2호는 앨빈호보다 탐사 가능 수심을 깊게 하고, 과학자 활동 공간을 확장한다. 또 최장 12시간까지 잠수할 수 있게 설계했다.

 심해 유인잠수정은 첨단 과학기술이 집결돼 있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면서도 다양한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앨빈 2호의 탐사 가능 수심 6500m는 간단치 않은 깊이다. 이 깊이를 맨몸으로 들어간다면 머리 위에 트럭 한 대를 이고 있는 것 같은 압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일반 잠수함의 잠항 깊이는 보통 150m 정도 일뿐이다.

 앨빈 2호는 수압을 분산하기 위해 인간 활동 공간을 공 형태로 만들었다. 제조 방법도 금속판을 이어 붙이는 게 아니라 금속 덩어리 자체를 두들겨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창문을 낸다.

 유인잠수정은 단독으로는 운영하지 못한다. 이를 싣고 다닐 수 있는 모선(母船)이 필요하다. 유인잠수정 속에는 화장실이 없어 응급용으로 플라스틱 통을 들고 승선한다.

 현재 6000m 이상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외에 일본(6500m급)·러시아(6000m급)·프랑스(6000m급) 4개국에 불과하다.

 이 박사는 “각국이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 자체가 국격과 과학기술력의 상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6000m 해저까지 탐사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만 있을 뿐 유인잠수정은 없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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