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소진된 영양 보충하기 딱 좋은 계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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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호 18면

계절이 바뀌면서 날씨가 추워졌다. 한방에서는 겨울을 저장의 계절로 친다. 식물도 잎을 떨궈 밖으로 나가는 기운을 막고 씨앗에 생명의 에너지를 쌓아 놓는다. 사람도 입맛과 의욕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 왠지 몸이 나른하고 체력이 소진된 느낌이 드는 것도 이맘때다.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보약(補藥)을 찾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데 언제 먹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에게 맞는 한약을 어떻게 골라 복용하는 게 좋은지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창남(50·사진) 교수에게 들어봤다.

강동경희대병원 고창남 교수에게 듣는 올바른 한약 복용법

-한약은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은가.
“한약 하면 일반인 10명 중 8~9명은 보약을 떠올린다. 하지만 보약이 한약의 전부는 아니다. 한약도 질병을 고치고 치료하는 약이다. 이 중 보약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허약한 부분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기능이 강조된 약이다. 한의학에서 활용되는 8종류의 치료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장육부의 전반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면역력을 키워 기초체력이 쌓이도록 도와준다.프로야구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을 위해 겨울엔 동계훈련을 한다. 가볍게 훈련을 하면서 영양을 보충하고 1년 내내 소진된 체력도 보강할 겸 심신을 가다듬는다.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서다. 보약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거나 입맛이 없고 의욕이 없어지는 요즘 시점이 야구선수로 치면 동계훈련에 들어가는 시기다. 보약으로 떨어진 원기를 보강하기 좋을 때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몸이 허약한데 약효를 높인다고 계절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약을 잘못 먹어서 살이 쪘다’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풀이나 나무뿌리로 이뤄진 한약의 하루치 열량은 60~100㎉에 불과하다. 일반인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2000~2500㎉ 내외다. 한약이 체중 증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살이 찐다는 오해는 한약의 특성 때문이다. 한약은 부족한 기운을 북돋워 주고 온기를 보충해 준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덩달아 식욕도 좋아진다. 식사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찌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자신의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고 과식했기 때문이다. 한약을 복용하는 기간이나 이후에 식이조절을 잘 한다면 체중이 늘지 않는다.”

-간이 나빠졌다는 말은 왜 나오는가.
“대표적인 오해다. 한약을 먹는다고 해서 간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약으로 간수치가 개선됐다는 임상 연구도 있다.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먹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간을 손상시키지 않았다.강동경희대병원 중풍뇌질환센터가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처방받은 환자 8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모두 2주 이상 입원해 양약과 한약을 동시에 복용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입원 당시부터 퇴원 때까지 간 기능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약(한약이든 양약이든) 때문에 간 손상이 발생한 경우는 5건(0.56%)에 불과했다. 임상적 증상도 가벼웠다. 대부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중추신경계 약물 등을 복용하고 있었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 안전하다는 의미다.물론 부자·초오·천오 등 일부 한약재는 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 상태에 맞춰 한의사가 걸러낸다. 한약도 약이다. 한약을 복용할 때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좋은 한약재를 고르려면.
“도라지, 황기 같은 한약재 중 일부는 식품으로도 사용된다. 그 때문에 일반인은 한약에 사용되는 한약재와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약에 사용되는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까다로운 관리를 받는다.
예를 들어 같은 도라지라도 한약재로 사용하려면 식품보다 몇 배 까다로운 중금속·농약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약사가 약재로 사용되는 도라지의 유효함량을 확인한 것만 규격품으로 승인받아 한약에 사용한다. 농산물로 유통되는 것과 한약재로 분류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한약을 먹을 땐 돼지고기나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안에서 잘 흡수하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한약은 돼지고기 같은 지방질이 많은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진다. 기름기 때문이다. 만약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살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밀가루도 흡수율이 떨어지는 음식이다. 한약과 같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체질에 따라 주의해야 할 음식도 다르다. 닭고기는 뜨거운 성질의 음식이고 돼지고기는 찬 성질의 음식이다. 한약을 처방할 때 몸이 찬 경우에는 몸을 데워주는 약재를 사용하고 몸에 열이 많은 경우에는 몸을 식혀주는 약재를 사용한다. 이 경우엔 삼가야 할 음식에 대해 주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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