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속지 말자 포크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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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포크볼을 이겨내야 성공이 보인다. 프로야구 이대호(29·전 롯데)가 일본야구 성공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구종(Types of Pitches)이 포크볼이다.

 이대호는 6일 부산에서 일본야구 오릭스 구단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7일에는 일본 오사카에서도 입단식을 한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1일 “이대호가 오릭스와 2년 7억 엔(약 105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해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오카다 감독이 해외 입단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이대호에 대한 오릭스의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대호에 앞서 일본에서 뛴 이승엽(35·전 오릭스)·이병규(37·LG)·김태균(29·전 지바 롯데) 등도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봤다. 그들은 “타격 기술에서 이대호는 완성된 타자다.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호는 11시즌 통산 타율 3할9리, 225홈런·80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이어 올 시즌도 타격 3관왕을 차지해 2년 동안 타격부문 10관왕에 오른 한국야구 최고 타자다.

 기대감만큼 일본투수들의 경계심도 크다. 일본투수들은 이대호를 상대로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유인구 위주의 투구패턴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투수들은 유인구로 포크볼을 많이 던진다. 포크볼은 직구 궤적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다. 타자들이 가장 잘 속는 구종이기도 하다. 역대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타자들은 포크볼에 고생했다. 이승엽은 “일본투수들은 볼카운트 0-3에서도 포크볼로 유인한다. 스리볼 이후에도 마음놓고 기다릴 수 없다. 풀카운트에서 십중팔구 볼일 것을 예상해도 10% 가능성 때문에 배트가 나가곤 했다”고 말했다. 김태균도 “스리볼 이후 포크볼 3개로 삼진을 당하고 나면 거의 패닉상태가 된다”고 했다. 2001년부터 2년간 요미우리에서 뛴 정민태 넥센 코치도 “일본투수들은 제구력이 좋다. 낮게 유인하는 포크볼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배들은 포크볼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엽은 “일본투수들은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쉽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다. 타석에서 잘 참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균도 “변화구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포크볼을 던질 때 손에서 공이 빠져 나오며 미세하게 뜨는 모습이 보인다. 그걸로 변화구를 판단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 코치 역시 “(이)대호는 기본기가 좋아 참을성만 키우면 좋은 싸움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병규는 “큰 몸집에도 스윙폼이 부드럽고 콘택트 능력이 좋다. 포크볼에 적응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대호도 동의했다. 이대호는 “기본적으로 야구는 다 똑같다. 투수가 유인구를 던지면 치지 않으면 된다. 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려는 욕심은 자제하고 참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상에 포크볼을 완벽하게 쳐내는 타자는 없다. 그러나 투수가 실투했을 때 잘 쳐야 좋은 타자다. 몸쪽 꽉 찬 볼이 오면 커트하고, 에이스가 나오면 노려 치겠다”고 스스로 해법을 내놓았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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