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 긴급점검] 대기업도 현금확보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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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에 걸친 노.정간 협상의 결렬로 11일 은행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들은 단기자금의 현금 확보에 들어가는가 하면 파업불참 은행과 긴급 접촉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은 은행 총파업이 강행되더라도 금융전산을 활용하는 기업금융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외환거래 중지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출업체들은 수출대금 등 외국환거래가 정지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대외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 점을 감안, 주거래은행 실무진들을 찾아가 특별히 다짐을 받는 등 비상시 대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기업체들은 금융대란에 대비해 당장 필요한 단기자금의 현금 확보, 어음의 만기연장, 필요자금의 분산 배치, 파업불참 은행으로의 자금이전, 무역금융 재점검 등을 중점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일선창구에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주로 금융전산을 활용하는 기업금융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주거래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자금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금융 특성상 수출대금등 외국환 거래가 정지되는 등의 최악의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주거래은행 실무진들로부터 특별히 다짐을 받아놨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각각 금융기관 파업에 대비, 각 부서별로 필요한 단기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해놨으며 추가 소요자금은 파업에 불참하는 은행과 거래한다는 대책을 세워놨다.

현대건설도 6월 한달간 유가증권 및 부동상 매각을 통해 3천억-4천억원 규모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했으며 현대자동차는 수출 관련서류를 앞당겨 준비, 제출하는 등사전준비를 마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출 관련업무를 가능한 앞당기고 파업을 하지 않는 은행으로 자금을 분산예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어쩔 수 없는상황"이라며 "전산기능이 마비되지 않는 한 입출금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량이체나 어음 및 수표결제 등의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막대한 순익이 예상돼 금융파업이 일어나더라도 유동성 확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급과 수출입 금융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자금사정을 파악, 사정이 좋지 않은 업체들에 대해서는 금융파업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업은행의 전산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출입 신용장의 처리를 위해 자금을 즉시 비파업은행이나 외국계은행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협력업체에 곧 줘야 할 납품대금은 이미 선지급했고 단기자금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에 자금을 옮겨 놓아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도 주거래 은행과의 오랜 관계 등을 감안, 당장 거래은행을 바꾼다거나 계좌를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자금의 일부만을 비파업은행 쪽으로 옮기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되면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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