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상품 자리는 '움직이는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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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일등은 없다.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 는 말처럼 일등상품의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오른 제품도 마케팅에 소홀하거나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제때에 따라잡지 못하면 후발 상품의 도전에 밀려나기 십상이다.

국내 고추장 시장에 진출해 10년 가까이 정상을 다져온 청정원 순창 고추장이 올들어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에 1위를 내줬다.

1966년 동방유량으로 출발해 국내 식용유 시장에서 철옹성을 쌓아온 해표 식용유가 최근 제일제당 백설 식용유에 밀렸다.

80년대 초부터 국내 시리얼 시장을 석권해온 동서 포스트도 농심 켈로그에 추월당했다.

면도기 시장에서는 도루코가 질레트에 내줬던 정상을 지난해 되찾았고 생리대 시장에서도 유한킴벌리의 화이트가 P&G의 위스퍼에 빼앗겼던 1위를 탈환했다.

고추장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진미.삼원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대상㈜이 89년 순창 고추장으로 가세해 90년대 초반 정상에 올랐다.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AC닐슨에 따르면 순창 고추장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4월 38.6%에서 올 3~4월엔 35.0%로 떨어졌다. 반면 태양초 고추장은 32.6%에서 39.1%로 높아져 1위에 올랐다.

이들 두 브랜드는 제품의 규격.용기.포장에 따라 1위가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전체적으로 태양초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식용유는 신동방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가면서 해표가 주춤거린 틈을 백설표가 파고들었다.

해표 식용유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5월 43.9%였던 것이 올 4~5월엔 37.9%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백설 식용유는 점유율이 41.1%에서 41.8%로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1위가 됐다.

해표가 잃은 시장은 지난해 말 진출한 대상의 참빛고운 식용유(5% 정도)에 많이 간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가까이 1위를 달리던 동서 포스트는 미국 켈로그가 농심과 제휴한 농심 켈로그에 올들어 밀린 상태다.

포스트는 지난해 4~5월 50.3%에서 올 4~5월 48.0%로 밀렸고, 켈로그는 49.4%에서 51.9%로 올라가 순위가 바뀌었다.

포스트는 전국적인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데도 할인점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판촉을 열심히 한 켈로그에 뒷덜미를 잡힌 것이다.

생리대는 유한킴벌리가 화이트를 꾸준히 판촉하면서, 특히 여고생과 할인점을 집중공략한 게 효과를 가져와 P&G의 위스퍼를 1위에서 끌어내렸다. 면도기도 도루코가 외국산 질레트에 내줬던 안방을 다시 찾았다.

일등.이등의 불꽃튀는 접전은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매대가 최일선이다. 유통업체의 매장에서 누가 목 좋은 곳을 차지하느냐는 싸움이 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

이마트의 성열기 가공식품 매입팀장은 "고객의 눈에 잘 띠는 매대에 경쟁업체의 상품이 진열돼 있으면 항의하거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다" 며 "시리얼.고추장.식용유 등 1위 다툼이 치열한 제품은 서로 진열면적을 똑같이 유지하는 등 여간 신경쓰는 게 아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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