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중앙일보

입력

[줄거리]

무슨 일이 있어도 발포하지 말라!
어떤 상황에서도 대사를 구하라!

어긋난 임무, 당신이라면?

미국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 베이루트, 패트리어트 사막 전투... 수많은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전설적인 군인, 테리 칠더스 대령. 그에게 예맨의 미국 대사 가족을 보호하라는 임무가 맡겨진다.

미 정부에 대한 분노로 수많은 예맨 시민들이 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도착해보니 시위는 폭동의 수준이었고 헬기로 간신히 대사관에 접근한 칠더스 대령과 그의 대원들.

대사 가족들을 헬기에 태워 탈출시키려는데, 돌연 시위대로부터 총알이 날아온다. 불의의 저격에 쓰러지는 대원들... 바로 옆에 선 동료의 죽음과 자신의 목숨에 대한 불안으로 그들은 본능적인 맞사격을 하고 만다.

귀국 후, 바로 군법정에 서게 되는 칠더스 대령.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살해하면 안 된다'는 교전법칙을 어겼기 때문... 중동과의 외교분쟁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미국 정부는 시위대 사이에서 저격이 발생했다는 모든 증거를 인멸한다.

한때는 국가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 칠더스 대령은 자신의 변호사로 하지스 대령을 선임한다. 그는 칠더스의 베트남전 전우. 알콜중독에 이혼경력까지 있는 변호사이지만 칠더스는 그가 전투의 치열함과 생과 사의 긴박감을 알고 있기에 그를 신뢰한다.

세계 외교판도를 장악하려는 미국 정부의 야욕, 그에 맞서는 한 사람의 전쟁 영웅. 그리고 유일하게 그를 믿는, 그러나 시원찮은 실력의 변호사... 지극히 무모한 게임이 벌어진다. 만일 당신이 칠더스 대령의 입장이라면?

[리뷰]...이영기 기자

미국 해병대의 테리 칠더스 대령(새뮤얼 잭슨)은 역전(歷戰)의 용장이다.

'이제 적도 동지도, 전방도 후방도 없어진 시대' 라며 쓸쓸히 과거를 회상하는 그에게 어느 날 임무가 떨어진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예멘에서 미국 대사(벤 킹슬리)가족을 보호하라는 거였다.

현장에 도착한 칠더스는 민간인들 틈에 섞여 무장한 저격수들이 총격을 가하는 걸 보게 된다. 대원 중 한 명이 총격으로 숨지자 칠더스는 맞사격을 하라고 명령한다.

이튿날 무고한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며 각국 언론이 들고 일어나자 미국 정부는 칠더스를 법정에 세운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살해해선 안 된다' 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을 어겼다는 죄목이었다.칠더스를 희생양으로 삼아 난관을 빠져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칠더스는 베트남 전우인 하지스 대령(토미 리 존스)을 변호사로 선임한다.

칠더스는 베트남 전우인 그가 비록 알콜 중독에 걸린 시원찮은 변호사지만 전장에서의 긴박함과 전투의 치열함을 알고 있다는 점때문에 그를 믿는다.

세계를 자기 손 안에 넣고 경영하겠다는 미국의 야욕과, 진실을 밝히기위해 거대한 국가와 맞서는 전쟁 영웅의 대결을 그린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자기 국가를 비판하면서도 자국이 가진 정의로운 절차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는 점에서 극히 할리우드적인 영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어 퓨 굿맨〉에서 본 듯한 불꽃튀는 법정 다툼 등 눈에 익은 장면들이 많다. 〈프렌치 커넥션〉〈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 작품. 모범영화 같아 톡 쏘는 듯한 상큼함과 신랄한 맛은 찾기 힘들다. 내달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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