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맹이 이끌어낸 인터넷 `표현의 자유'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은 할 줄 몰라요." 28일 법원으로부터 "안티(anti) 사이트는 위법이 아니다"는 결정을 이끌어낸 이기봉(40.회사원)씨는 사실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구세대다. 이른바 `넷맹''에 속하는 이씨가 삼성아파트의 문제점을 폭로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지난 2월.

93년 아파트를 구입, 세를 놓은 뒤부터 현관, 작은방, 거실 천정 등 곳곳에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가득 번지자 항의를 거듭했지만 삼성물산측은 97년부터 해마다 하자보수를 해줄 뿐 `현 시가대로 사달라''는 이씨의 리콜 요구는 거부했다.

대기업의 횡포를 폭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른 `안티(anti) 사이트''에 대한 얘기를 신문에서 본 이씨는 신세대들이 몰리는 PC방 20여곳을 돌아다니며 안티사이트를 만들어줄 대학생을 찾았다.

하지만 애써 찾은 대학생은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아파트의 문제점을 폭로하기에 가장 좋은 아파트 현장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우선 비난글만 써서 올렸고 사진은 나중에 다른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에 올렸다.

소송도 변호사 없이 혼자서 진행했다. "삼성물산 같은 대기업에서 자기네 결점을 폭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해서 소송을 낸다는게 말이 됩니까. 분명히 이길거라고 확신했던데다 삼성물산측 주장에 대해 반박문만 써서 내면 된다고 하길래 변호사 없이 혼자서 소송을 했습니다."

결국 이씨는 삼성물산과 싸우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뭔지도 배우고 소송을 하는 법도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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