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헐리우드 영화 '사망 211명'

중앙일보

입력

폭력과 섹스. 헐리우드 영화를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그리고, 최근 미국 영화관을 장식하고 있는 블락버스터 영화들도 이러한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영화 중에서 가장 시체가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박스 오피스 집계 흥행 1위를 차지한 'Shaft'. 흑인 배우 사무엘 잭슨이 주연한 이 영화에는 시체가 25번 출연, 가장 많은 회수의 '죽음 장면'이 나온다.

'Shaft'는 이같은 '죽음 장면'의 연출을 위해 18번의 총격과 1번의 얼음 송곳 휘두르기, 역시 한차례의 자동차 사고과 함께 고전적인 각목 다툼 장면을 찍었다.

또한 SF 애니메이션 'Titan A.E.'도 만만치 않은 폭력을 과시했다. 멸망한 지구를 뒤로 하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는 지구인들을 묘사한 이 영화에도 시체가 14구나 출연한다. 이중 대부분인 13구가 외계인의 것이기는 하지만.

물론 여기에는 우주 속에 증발해버린 지구에 살고 있던 60억명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니콜라스 케이지와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자동차 도둑 영화 'Gone in 60 Seconds'에서는 '기대 이하'의 적은 숫자의 살인 장면만 연출돼 관객의 허를 찔렀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시체는 단 1구에 불과했다.

이같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인명 중시'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헐리우드 제작 영화에서 '죽은 사람'은 벌써 2백11명을 돌파했다.

아직도 멜 깁슨의 'Patriot'등이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총기소지가 무슨 담배 한갑 사는 것처럼 쉬운 미국에서 불뿜는 총과 뒤이어 피가 난무하는 유혈낭자한 영화에 관객들은 이미 무감각해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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