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진정한 '별'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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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도 도시의 별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윤동주의 서시에서처럼 '별이 바람에 스치워' 어디론가 사라진 걸까. 실은 별이 잠적한 게 아니라 공해로 각박해진 인간의 심안이 하늘밭에 뿌려진 별들을 못 보는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은 마침내 별의 존재를 잊고 황망히 TV를 켠다.

별들의 이주를 그들이 눈치챈 것이다. 지상의 별들이 춤추는 브라운관이야말로 리모컨이 만드는 은하수 세상이다.

천체의 별이나 TV속의 별이나 등급과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일등성이 육등성에 비해 백배나 밝다. 아마 지상의 별은 수입도 백배, 혹은 그 이상일 것이다. 그들 중엔 진짜 별도 있고 가짜 별도 있다.

일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스타 레볼루션〉(MBC)은 스타를 '혁신적' 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기존의 스타시스템에 과감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도에서 제목도 혁명(레볼루션)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구성내용 중〈지명도를 잡아라〉는 스타지망생 3명이 은하계(연예계)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 매주 도전하는 코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처절하기 그지없다. 방송 첫주에 지명도 제로로 시작했는데 두 달이 넘은 지금 3명 모두 20%에 육박하고 있다. 역시 TV가 작정하고 나서니 안 될 일이 없다는 걸 제작진은 즐기고 있는 듯하다.

스타 만들기의 커리큘럼은 해병대 유격훈련을 방불케 한다. 밀고 넘어뜨리고 굴리고 떨어뜨린다. 담을 키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거리에서 큰 소리로 자신을 광고하게도 만든다. TV 레슨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선 망신의 과정이 필수과목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어떠랴. 일단 스타가 되기만 하면 그깟 희생쯤이야 속도감 있게 보상된다.

마치 진흙바닥에 뒹굴며 싸우다가도 나중에 국회의원만 되면 모든 걸 되돌려 받는 '한국형 입신' 의 모형을 연상시킨다.

과연 그렇게까지 하여 도달한 스타의 길은 어떨까. 서고 싶던 무대 위에서 기량을 뽐내는 것도 신나는 일일 것이다. 환호하는 대중이 몰려올 땐 희열도 맛볼 것이다. CF로 꽤 큰 액수의 돈도 거머쥘 것이다. 세상이 온몸으로 자신을 껴안아주는 느낌일 것이다.

그것으로 레볼루션은 끝난 것일까. 지명도는 지지도가 아니다.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은 무언가를 제시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이 시대에 스타혁명을 완수하려면 우선혁명의 동기부터 순수해야 한다.

단지 눈길만 끌어 수치만 올리려는 혁명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수치스런 일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혼탁해져가는 스타시스템에 한 줄기 철학을 불어넣어 주길 희망한다. 철학이 별건가. 내가 왜 꼭 스타가 되어야 하는지 하루에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로 족하다.

별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해야 별이다. 대중이 낙담할 때 그들의 마음 속에 홀연히 나타나 꺼지지 않는 불빛이 되어 주는 존재야말로 진짜 스타다. 때론 북극성처럼 길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별은 대중에게 꿈을 주는 존재다. 별이 추락하면 그 별에 꿈을 실었던 대중의 배 역시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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