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반발에 엇나가는 은행 구조조정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 방침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흔들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자연맹은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은행 합병을 강행할 경우 은행노조는 물론 한국노총에 소속된 전체 노조가 7월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노조와의 연쇄접촉을 통해 '인력.조직 감축이 거의 없는 은행 구조조정' 을 약속하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은행 합병 등 구조조정은 조직.인력의 통합이 따라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태도변화는 시장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안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반응을 낳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5만명 정도가 파업에 동참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전면마비가 불가피해지는 등 의료대란에 이어 초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 며 "금융대란만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게 정부 방침" 이라고 말했다.

◇ 정부의 노동계 달래기〓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28일 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한빛.조흥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더라도 인력.조직상의 마찰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 고 밝혔다.

李위원장은 지난 26일에도 기자간담회를 자청, "금융지주회사로 통합하는 것은 합병과 다르다" 며 "통합후에도 개별은행은 독자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고 강조했다.

지난 27일에는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이용근 금감위원장, 최선정(崔善政)노동부장관이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을 잇따라 접촉했다.

李노총위원장은 李장관과 李금감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더라도 강제적인 은행합병은 없다" 며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던 기존 방침도 반드시 합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고 밝혔다.

◇ 흔들리는 구조조정 원칙〓정부는 지난 7일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정부가 주도적으로 금융구조조정을 이끌어내겠다며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통합원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금감위는 은행 퇴직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등 노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유연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구원 김상환 박사는 "조직.인력의 통합.감축 없이는 합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며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당장 말바꾸기만 할 게 아니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해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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