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요] 왜 코카콜라 북한 진출이 화제죠

중앙일보

입력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코카콜라가 북한에 진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 기업들도 북한 상륙을 추진 중일 텐데 유독 코카콜라의 북한행이 화제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 의미를 좀 일러주세요. (서울 목동에서 김수진)

흔히 코카콜라는 한 나라의 개방과 세계화의 상징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맥도날드 햄버거, 말보로 담배와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것은 미국 문화의 이식을 의미하는 것이죠.

19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한 직후 코카콜라는 베트남에 상륙했더랬습니다.

중국이 막 개방을 시도할 무렵인 79년 코카콜라는 어김 없이 거대 대륙으로 향했지요. 당시 큰 사건으로 기록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말 베를린 장벽 붕괴를 전후로 동구 시장까지 하나 둘 열고 들어갔습니다.

코카콜라의 위력을 얘기할라 치면 끝이 없을 겁니다. 전세계 2백여개국에서 진출, 청량음료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초에 4만병, 하루 34억병 가량이 팔려나가고 있다지요, 188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소비된 것을 2백36㎖들이 병에 담아 연결시키면 지구에서 달까지 1천57번을 오간다는 흥미로운 통계도 나와 있군요.

그래서 '인류는 코카콜라에 점령 당했다' 는 말이 결코 과장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코카콜라와 식민주의(콜로니얼리즘)을 합해 '코카콜리즘' 이라는 신조어도 흘러다니곤 합니다.

사실 코카콜라는 오래 전부터 북한 시장을 노크했습니다. 그게 마침 남북 정상회담과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계기로 성사돼 주목을 받은 것이지요.

이제 북한의 청소년들도 '들쭉 단물' 의 맛을 버리고 코카콜라에 빠져들지 모를 일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곧 뒤를 잇겠지요. 새롭고 자극적인 맛을 따라 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렜듯이 북한도 '고유의 것' 을 송두리째 잃어버릴까 걱정도 되네요.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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