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프로야구는 서비스다, 관중이 와야 한다, 무게 잡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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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감독은 “40인 로스터제를 도입하고 미국식 자율야구와 한국식 조직야구를 조화시켜 강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이 서울시 을지로2가 SK T타워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감독대행’에서 ‘감독’으로. 이만수(53)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 감독은 3일 서울 을지로2가 SKT타워에서 취임식을 했다. SK텔레콤 부회장인 정만호 구단주 대행이 유니폼을 입히고, 모자를 씌워 줬다. 이 감독은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과 나란히 앉아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 조건은 3년간 총 10억원(계약금 2억 5000만원·연봉 2억5000만원)이다. 김성근 전 감독이 해고된 8월 18일 감독대행이 된 지 78일 만에 SK의 4대 감독이 된 것이다. 이 감독은 취임 인터뷰를 했다.

 -마침내 정식 감독이 됐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에 이 자리까지 왔다. SK가 미국의 뉴욕 양키스나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SK 하면 스포테인먼트다.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야구를 하겠다.”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

 “김성근 전 감독 밑에서 보좌하며 많이 배웠다. 그 틀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 나는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미국 프로야구에서 10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다. 미국의 자율야구와 한국야구의 조직력을 조화시켜 차별화된 야구를 하겠다. 미국처럼 40인 로스터 체계로 1군을 운영하겠다. 1군 선수들의 교체는 자주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야구가 정말 재밌다. 천직이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김 전 감독이 해고되자 SK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감독은 감독대행 부임 첫날부터 SK를 세 차례 우승시킨 김 전 감독과 비교되며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어수선한 팀을 추슬러 한국시리즈까지 이끎으로써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비난은 칭찬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김 전 감독과의 비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지도자 생활을 미국(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시작한 이 감독은 일본야구 영향을 받은 김 전 감독과 많은 부분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 8일부터 시작하는 마무리 훈련은 지난해와 인원수(51→39명)와 장소(일본 고지→미국 베로비치)가 달라졌다.

 -감독으로서 가볍다는 지적이 있다.

 “감독이 권위를 내세우면 선수들이 눈치를 본다. 오히려 감독이 선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프로야구는 서비스다. 감독이 무게를 잡는다면 관중이 찾지 않을 것이다. 미국 야구가 130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것은 관중과 가깝기 때문이다. 지도자 생활이 끝날 때까지 이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나는 나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요란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SK 코치로 일하던 2007년에는 ‘팬티 세리머니’를 했다. 홈구장인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달리겠다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감독대행이 돼서도 경기 중 박수를 치거나 요란한 동작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보기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가볍다”는 지적도 있었다.

 -감독으로 롤 모델이 있다면.

 “제리 매뉴얼(전 뉴욕 메츠) 감독과 아지 기옌(플로리다) 감독이다. 두 감독은 극과 극이다. 매뉴얼 감독은 아시아 스타일이고, 기옌 감독은 정열적인 남미 스타일이다. 두 분의 장점을 접목해 좋은 야구를 하겠다.”

 이 감독은 제리 매뉴얼 감독, 아지 기옌 감독과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에게 불펜포수 기회를 준 매뉴얼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메츠에서 통산 9년 동안 704승(638패)을 기록했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기옌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플로리다 감독으로 부임했다.

글=허진우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이만수 SK 감독은

■ 생년월일 : 1958년 9월 9일

■ 체격 : 키 1m75㎝, 몸무게 82㎏

■ 학력 : 대구중-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한양대

■ 가족 : 아내 이신화(53)씨, 아들 하종(28)·예종(23)씨

■ 선수 경력 : 삼성(1982∼97년)

■ 지도자 경력

마이너리그 킨스턴 인디언스(98년)

샬럿 나이츠 1루 코치(9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포수코치(2000~2006년)

SK수석코치(2006년 10월∼2010년 6월)

SK 2군 감독(2010년 6월∼2011년 8월)

SK 감독대행(2011년 8∼11월)

SK 감독(2011년 11월∼)

■ 주요 기록

최다 홈런(83, 84, 85년)

최다 타점(83, 84, 85, 87년)

수위타자(84년)

장타율 1위(84, 87년)

■ 수상 경력

정규리그 최우수선수(83년)

골든글러브 포수부문(83, 84, 85, 86, 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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