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왕 박경완, 타격 부진 고민

중앙일보

입력

홈런 아니면 삼진. 홈런왕 박경완(현대)이 최근 극도의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현재 홈런 20개로 박재홍과 함께 홈런 더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타율은 형편없다. 이달 들어 14경기에 출장, 46타수 7안타로 0.152에 불과하다. 7안타 중 5개가 홈런이지만 삼진도 21개나 당했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다.

게다가 최근 다섯경기에서 무안타, 7연속타수 삼진의 수모를 당했다. 현대의 두산전 3연패가 박경완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지난달까지 3할대를 넘던 타율은 0.260으로 뚝 떨어졌다.

왜 이럴까. 현대의 김용달 타격코치는 "시즌 중반 체력 저하에 따라 일시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진 탓" 이라며 "몇 경기 휴식을 취하면 시즌 초반의 배트 스피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 고 밝혔다.

포수로서의 수비 부담이 타격까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장시간 무릎을 구부려야 하기 때문에 타석에서도 하체부분의 중심이동이 약해져 바깥쪽 공을 치는 데 취약점을 갖게 된다. 박의 최근 타구가 모두 좌측 일변도인 것도 이러한 요인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일반 타자가 거포로 탈바꿈하면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박은 갑작스레 홈런을 많이 치면서 스윙이 커져 타격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있다.

홈런을 칠 때의 감각을 잊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큰 것을 노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박경완 개인으로서는 화려한 홈런포로 데뷔 이래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팀 전력에 얼마만큼 보탬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찬스 때마다 박이 무기력하게 물러나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코치진은 이참에 아예 박을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하는 일반타자로 키울지, 아니면 비록 타율은 낮더라도 투수에게 위협적인 대형 거포로 성장시킬지 고민 중이다.

현대측이 화려함과 실속 중에서 어느쪽을 택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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