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청각장애 최수근, 정상 재기

중앙일보

입력

국내 유일의 청각장애 사격선수 최수근(18.대구공고3)이 호된 '성장통' 을 앓고 다시 일어섰다.

최는 지난 16일 전남 나주에서 벌어진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 남고부 공기소총에서 본선 5백94점.결선합계 6백97.1을 기록, 2위 이종은(서울체고.6백92.8)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5월 회장기대회 우승 이후 승승장구하던 최는 올해초 갑자기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버지 사업이 잘 안 풀려 집안이 어려워지자 "공장에 나가면 돈을 많이 번다" 는 친구 말을 믿고 가구공장에 취직하러 집을 나갔다. 1주일 만에 가족과 주위의 설득으로 귀가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시드니올림픽 대표선발전 도중 최는 남형진(상무)이 소구경복사에서 6백점 만점을 기록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아무리 해도 만점을 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독한 좌절감이 엄습했다.

당연히 시드니행 티켓을 놓쳤다. 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청소년상비군 이동준 코치(한체대). 이코치는 암과 싸우면서도 총을 놓지 않은 윤정아(한체대2) 얘기를 들려주며 최를 질책하고 격려했다. 연습사격에서 점수가 점점 높아졌고 마침내 최는 1년 만에 남고부 정상에 섰다.

대구공고 이태희 코치는 "수근이는 불리한 신체 조건에서도 매우 침착하고 격발타임이 빨라 앞으로 남형진과 함께 한국 남자사격을 이끌 유망주" 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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