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업계, 신중하게 대북 진출 준비작업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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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발효시킴에 따라 미국의 관련기업들이 조심스럽게 북한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일부 농업, 의약품, 건설, 금융관련 기업들은 이번 제재 완화로 북한 특수를 겨냥해 다각적인 진출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경제전문통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완화 조치로 미국기업의 북한 진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성급하게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소재 한국경제연구원(KEI)의 피터 벡 원장은 이번 조치가 미국기업의 북한 진출을 장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초기에는 미국기업들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북한 진출이 가능한 기업은 20여개 정도로 추산되며 곡물, 커피, 석유류를 거래하는 카길, 엔지니어링 및 건설회사인 벡텔 그룹, 금융회사인 리먼 브라더스, 시티 그룹 등이 이들 기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칸 팜 뷰로(AFB)의 오드레 에릭슨은 농업관련 기업들이 이번 조치에 따른 초기 수혜자가 될 것이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면 선물 거래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기근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북한에 5만t(1천280만달러 상당)의 밀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농무부의 식품수출 담당자인 리처드 프리츠는 농업관련 업계는 미국 식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무역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경제가 회복되려면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북한은 고급의 식품시장이라기 보다는 각종 종자를 수입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아시아 국장인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은 전반적으로 미숙한 단계에 있으나 미국기업들이 미지를 개척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성숙한 시장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원사들도 곧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 관리들은 그러나 북한 특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며 북한과 교역할 수 있는 기회는 북한경제 상황에 따라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 공보실의 P.J 크롤리는 백악관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결정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이 없으며 우연히 시기가 일치한 것 뿐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에 이미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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