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현대증권회장 미국행에 촉각

중앙일보

입력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 20일 미국으로 출국,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미국행은 일단 현대의 `금융그룹 회장'으로서 현대투신 사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현대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18일 금융감독원과 현대투신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은 이상 가급적 서둘러 `약속이행'을 해야한다는 당위론도 거론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투신운용 지분매각과 관련해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투자그룹과 협의를 위해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도 "이 회장이 직접 칼을 빼들고 나선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출장을 그리 단순한 측면에서만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히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항소심 공판과 연결짓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출장기간과 항소심 공판기일로 예정됐던 23일이 겹치는 점이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이다.

이 회장은 곧 해외출장을 이유로 공판기일 연기신청을 재판부에 낼 예정이다. 물론 이 회장측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장담하고 있다. 비록 1심에서 유죄(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가 인정됐지만 항소심 법리공방에서 무죄변론이 우세해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시점이 여러모로 좋지 못한 점을 이 회장측이 신경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과 한달전 현대사태 때 정부와 여론의 퇴진압력 속에서 겨우 살아난 이 회장이 현 시점에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동반퇴진을 거부한 정몽구 회장측이 `사전각본설'을 운운한 점도 신경을 거슬리는 대목이다. 검찰쪽에서는 `시간끌기' 차원의 재판 전략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지난 11월 1심 선고가 난 지 6개월만에 첫 공판이 열리고 두달여만에 잡힌 2차공판 일정마저 연기하는 것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그러나 "이 회장이 현대투신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재판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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