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찾아가기 (8) - 콜로라도 로키스

중앙일보

입력

93년 콜로라도 로키스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

창단 첫 해, 전력 보강없이 타 팀의 보호선수를 제외시킨채 익스펜션 드래프트에서 뽑아온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를 구성한 탓에 신생팀의 패기를 보여주긴 하였으나, 결국엔 내셔날리그 서부지구 꼴지에 그치고 말았다.

이듬해인 94년 자리를 찾은 타선과, 투수진으로 인해 비교적 약한 선수들로 구성되어진 로스터를 가지고서도 지구 3위를 차지하며, 팀의 가능성을 보여준 콜로라도는 95년 시즌 시작전에 홈구장을 Mile High Stadium에서 Coors 필드로 옮겨가면서 타 팀에 있던 여럿 재능있는 선수들을 같이 데리고 왔다.

시즌 시작 전에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 필드에 대해서 타자들의 구장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 폐단은 시즌이 시작되고서는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메이저리그의 최고 투수들도 쿠어스 필드의 등판 일때는 몸을 사려야 했다. 구장 특성상 강속구의 끝은 밋밋해 졌고, 변화구의 각은 전혀 예리하지 않으니 타자들이 쿠어스 필드를 좋아할 만 했다.

콜로라도는 홈 구장을 옮기면서 성적도 함께 동반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쿠어스 필드로 옮겨오면서 부쩍 늘어난 홈런과 안타 때문이었다. 쿠어스 필드에 서게되는 콜로라도의 타자들은 하나, 둘 씩 날이 다르게 홈런과 타율이 늘어났다.

단지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던 래리 워커는 95년 콜로라도로 이적하게 되면서, 주전 자리와 함께, 메이저 최고급의 정교한 타율과, 홈런왕 까지 등극하는 파워를 갖춘 선수가 되었고, 단지 그저그런 선수들이라 여겨지던 3루수 비니 카스티야와 좌익수 단테 비셰트도 최고급의 공격수로 변해갔다.

그런 타자들의 엄청난 지원속에 콜로라도는 결국 창단 3년만에 77승을 올리며 와일드 카드를 획득하는데 성공.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뒷받침이 되지 않은 투수진의 부진으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무릎을 꿇고 말지만 내년 시즌의 전망 역시 밝았다.

상상 보다도 더 쿠어스 필드는 타자들에게 적합한 땅이었으며, 그 만큼, 콜로라도는 쿠어스의 땅에 선택되어진 8명의 타자들만 믿으며 96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야구란 타자들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쿠어스 필드의 공에 맛 들여진 타자들은 원정경기에서는 극과극의 타격을 보여 주었고, 투수들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널뛰는 방어율을 바라보며 자신감 마저 상실, 원정경기에서 마저 좋은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하였다.

결국엔 벅스 - 워커 - 갈라라가 - 카스티야 - 비셰트로 이어지는 타선이 각각 30개 이상의 홈런을 날려 주며 분전한 덕분에 표면상의 승률은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가지 않아서 팀의 기록이 하향세를 그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팀의 투수들은 대부분 바뀌지 않았지만 97년에서도 96년에서와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풀리는 날은 엄청난 득점과 실점으로 이겼고, 원정 경기라도 가게 되면 기도 펴지 못한 채 다시 홈구장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런 지루한 일정이 반복되며 결국엔 96년과 같은 5할1푼2리의 승률과 함께 지구 3위에 만족해야 했다.

97년이 마치고서야 콜로라도는 팀 선발 투수의 주축을 위해서 당시에 휴스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커브 데럴 카일을 비싼 값에 영입하며 다시 한 번 95년의 영광의 재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의의로 콜로라도는 카일의 영입에도 불구 너무 쉽게 무너졌다. 카일은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가 쿠어스 필드에서 난타 당하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 버렸고, 에이스가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 역시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며 부진. 게다가 믿었던 타선마저 예년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97년 오프시즌 중에 아틀란타 브레이브스로 떠난 타선의 주축이었던 안드레스 갈라라가를 그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엔 5할 승률마저 지켜내지 못한 채 4할7푼4리의 승률과 지구 4위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만 했다.

99년 역시 별 다른 대책 없이 맞이하였던 콜로라도는 더 무너져 갔다. 혹시나 하던 카일의 커브는 이제 더 이상 기대 해 볼 수 없었으며, 팀 타선의 주축 선수들은 원정과 홈 경기에서 너무나 큰 활약의 차이를 보여주며 반쪽 짜리 구단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98년 보다 더 형편없어진 승률 4할4푼4리에 지구 꼴찌로 다시 전락하고야 말았다.

팀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그 뭔가가 필요했다.

콜로라도는 그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고, 결국엔 그 문제를 찾아냈다. 99년 오프시즌 동안, 여러 가지 트레이드를 성사 시켰다. 팀에게 공헌을 많이 했지만 이미 노장 반열에 들어가는 36살의 단테 비셰트를 신시네티로 보내면서 신시네티에 있던 제프리 하먼즈와 가베 화이트를 받아 왔고, 커브를 잃어 버린 데럴 카일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3루수 였던 비니 카스티야가 포함된 3각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에 있던 제프 시릴로와 스콧 칼을 얻을 수가 있었다.

어느 팀 보다도 활발하게 오프시즌을 보낸 콜로라도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예전의 문제점을 철저히 짚어내며 단점을 보완 해 냈고, 평균보다 약해진 타격은 1루수인 토드 헬튼이 엄청난 공격력을 보이며 예년 부럽지 않은 팀의 공격력을 이끌어 냈다.

여러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콜로라도의 초반 페이스가 무섭다. 최근 14경기 중에서 11승이나 올리며, 2위 LA 다저스를 끌어 내렸으며 어느새 지구 1위인 아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를 3경기차로 사정거리 안에 두었다. 선발 투수들의 방어율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쿠어스 필드인 이상 다른 홈 구장의 선수들 보다 불리한 것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고, 예년과는 다른 화이트-히메네스로 가는 다른 선두팀들과 마찬가지로 필승의 카드까지 손에 쥔 콜로라도가 예년처럼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콜로라도가 가을의 잔치로 가는 해답을 찾은 이상, 쿠어스 필드로 가는 원정팀들의 발길은 천근만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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