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경기에 민감한 주식은 PER 높을 때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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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 PER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가격과 순이익을 연결하는 매력 때문이다. 다만 PER을 활용할 때는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기업의 이익은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경기에 민감한 기업은 침체기에 PER이 높게 나타나고, 호황기에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부진할 때는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내려가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PER은 오히려 높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주가가 올라가는 속도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도 PER은 낮아진다. 경기에 민감한 주식은 PER이 높을 때 사고 PER이 낮을 때 팔아야 한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경기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클 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처럼 순이익의 영향을 작게 받는 지표를 보완 사용하는 방법도 좋다.

 PER은 국가 간 주식시장의 상대평가에도 널리 쓰인다. 한국 증시는 신흥국 시장 내에서도 상대PER 수준이 낮다. 그러나 나라마다 감가상각법·법인세·시장 위험 등이 달라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 간 비교를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사용하면 된다. EBITDA는 감가상각과 세금·이자율 등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감가상각법·법인세·이자율 등이 달라도 국가별 비교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참고해 보면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는 흐름 속에서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가고(물가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상승률이 줄어드는 경우), 물가상승률이 올라가는 흐름에서 주가 수익률은 부진하다(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는 국면에서는 PER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2009년 7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올라가는 동안 한국 증시는 역사적 신고치를 경험했다. 이때도 PER은 꾸준히 내려갔다. 따라서 한국 증시의 PER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올해 3분기 이후 선진국 경기 부진과 재정위기 그리고 원자재 가격 조정 등이 주가 하락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물가상승률이 하향 안정된다면 내년에는 이익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PER이 올라감에 따라 증시가 좋아질 수도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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