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열전] 유로 2000을 빛낼 스타 (7) - 티에리 앙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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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열렸던 지난 월드컵에서의 우승으로 인해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 유로 2000에서 대표팀에 거는 기대치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런 프랑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프랑스 팀은 유로 2000 예선 D조에서 러시아에 패하긴 했지만 최종 성적 6승 3무 1패의 성적으로 조 수위를 차지하며 어렵사리 본선 행을 결정짓는다.

본선이 열리기 전까지 있었던 친선 경기에서도 프랑스는 7번의 친선 경기 가운데 하산 2세 국제 축구 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단 한번의 무승부를 기록하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비교적 좋은 분위기를 갖고 본선에 임하게 된다.

오늘은 이런 가운데 지난 월드컵에서도 드러난 바있는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근래 프랑스 축구의 숙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어쩌면 새롭지 않은 해결책 아스날의 티에리 앙리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볼까 한다.

티에리 앙리는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97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의 활약을 통해 국제 무대에 주목받기 시작한 선수다. 당시 우리 청소년 팀과의 경기에서도 득점을 성공시키기도 했던 그는 탁월한 스피드와 순발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 당시 3골로 팀내 최고 득점자에 오르며 프랑스의 사상 첫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던 그는 월드컵 우승의 후광을 업고 98/99 시즌 중반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이적하게 된다.

하지만 월드컵 당시 남아공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 약체들을 상대로 한 그의 득점이 평가 절하되는 수모마저 당하며 유벤투스에서의 생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단 3골을 기록한 채 그는 거의 팀에서 방출되다시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기술보다 스피드에 더욱 강점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어쩌면 힘과 스피드를 특징으로 하는 잉글랜드 무대는 보다 적응하기 수월한 무대였을런지도 모른다.

아스날의 일원이 된 그에게 이전 모나코 시절 감독이기도 했던 현 아스날 감독 아센 웽거는 그가 대표팀과 이전 클럽 팀들에서 맡았던 오른쪽 윙의 자리대신 중앙 스트라이커로의 보직변경을 단행한다.

이는 아스날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인 베르캄프의 노쇠화에 따른 득점력 저하와 98/99 시즌 17골로 팀내 최다 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던 아넬카의 이적으로 인한 팀내 스트라이커진의 부재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었다.

리그 7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이렇다할 활약이 없어 변경된 보직의 적응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8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득점 없이 진행되가던 후반 34분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작렬하면서 바뀐 임무에 대한 채비가 끝마쳐졌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99/00 시즌을 치르는 동안 리그 경기 17골을 포함 총 26골을 성공시켜 팀내 쟁쟁한 경쟁자들인 카누, 수케르, 베르캄프를 제치고 당당 팀내 개인 최다 득점은 물론, 프리미어 리그 득점 랭킹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의 변모는 소속팀 아스날 뿐만 아니라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드러났듯이 스트라이커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대표팀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전의 스피드를 위주로 한 돌파만을 고집하던 단조로운 플레이 패턴에서 벗어나 그는 이제 기술과 침착함, 시야까지 겸비한 완숙한 플레이어로 다시 태어나게된 것이다.

그런 그의 성숙된 기량이 프로 무대뿐만 아닌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던 경기가 바로 지난 유로 2000 본선 D조 예선 덴마크와의 첫경기다.

왼쪽 윙으로 나서 후반 19분 약 50미터를 질주한 그는 당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슈마이켈과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덴마크의 골네트를 가르면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켜 우승을 향한 프랑스의 쾌조의 출발에 한몫 한다.

다음 경기 상대는 첫 경기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체코.

하지만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단의 능란한 볼 배분과 아넬카의 위협적인 슈팅, 더불어 오늘 소개한 앙리의 활발한 문전공략이 제대로어우러진다면 이 경기는 물론 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거침없는 프랑스의 상승세는 마지막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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