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두드리지 말고 그냥 건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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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이제 평균 1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말만 앞서고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族의 대열에 있는 한 1등은 없습니다.

1등만 살아남는다

지금이야 서울 벤처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CEO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지만 필자도 한 때는 부모의 속을 썩이는 고교생이었습니다. 전교 졸업 석차가 6백2명중 5백83등, 학급석차가 60명 중 58등. 그것도 제 뒤에는 소위 말해서 정규수업의 40%를 참관만 하여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체육 특기생들 밖에 없었으니 결국은 꼴찌였던 셈이었습니다. 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도대체 뭐가 될래?” 라는 말씀을 들었으니, 지금의 저를 선생님께서 보신다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학교를 다닐 때, 우등상은 모든 과목의 성적을 평균하여 상위 10%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초등학교 졸업식장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모든 학생들이 우등상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어를 잘 하는 아이에서부터 미술, 체육을 잘하는 아이까지 과목별로 우등상을 주기 때문에,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평균점수가 많이 낮았던 저의 큰 아이도 자랑스럽게 우등상장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의 자료를 보니 전세계적으로 2천만개의 웹사이트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또 몇 개인지 알 수 없지만(여기에서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매일 변할 것이기 때문에). 2천만 개나 되는 웹사아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1등의 위치에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였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업은 잭 웰치가 언급했듯 ‘예측 능력보다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느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서 더 발전하여 주위의 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하는 수동적인 자세보다 ‘남들로 하여금 나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해 나가게 하는 위치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1줄만으로 서열을 가리는 형태에서는 1등은 물론 2등과 3등 심지어는 그보다 훨씬 못한 자들도 생계영역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여러 줄에서 수많은 1등이 나오는 대신 1등이 아니면 사라지게 되는 생(生)과 사(死)의 경쟁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나름대로의 1등을 만들어라

아주 오랜 옛날 중국의 장군들에게는 질그릇으로 된 요강을 들고 다니면서 장군의 소변을 받는 ‘오줌받이’가 딸려 다녔다고 합니다. 어떤 장군의 ‘오줌받이’가 하루는 특이하게도 예쁜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 요강을 대령했습니다. 장군은 이를 다른 장군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지요. 여기에 시기심을 느낀 어느 장군의 ‘오줌받이’는 도자기는 물론이요 물레방아를 단 요강을 선보였습니다. 남의 것을 보고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소위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한 것입니다.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고 만 처음의 ‘요강받이’는 많은 고민 끝에 물레방아에다 방울을 달아 물레방아가 돌면서 방울소리가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방울 소리의 강약에 따라 장군의 건강까지 체크했다 하니 우스개 얘기겠지만 어찌 아니 기특한 일입니까?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입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SWOT(강점·약점·기회·위기) 분석입니다. 강점에다 기회까지 갖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약점에다 위기까지 겹쳐 있다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뿐입니다. 사업을 아예 포기해 버리든지 아니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인데, 틈새시장 개척이 바로 나름대로의 새로운 줄을 또 하나 만들어 1등을 먼저 차지하는 방법입니다.

1등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1등이란 묘한 것이어서 한번 올라가면 그만큼 성취하고픈 욕심이 더 생기고 분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2등부터는 항상 남을 목표로 하는 대신 1등은 스스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1등이 정한 목표가 2등이 정한 것보다 낮으면 어느 순간 1등으로서의 자리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수천 개의 사이버 쇼핑몰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있는 쇼핑몰의 이름을 대라면 10개를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포털 사이트는?” 하는 질문을 받으면 “Yahoo”라고 답하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대답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이트들은 아마도 벤처 공황과 함께 이름 없이 사라져 가는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제 1등의 상은 아마도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권으로 대신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늘 얘기하던 ‘차별화’ 아니겠습니까?

벤처의 경쟁력은 속도!

새로 구입한 휴대폰의 사용법을 익히는 데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세대는 동봉된 매뉴얼을 수없이 반복하여 읽은 다음에야 휴대폰을 사용할 줄 아는데 그나마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 잊고는 결국 송신과 수신 기능만으로도 흡족해 하는 대신, 디지털 세대는 매뉴얼을 제쳐 두고 아무거나 눌러가면서 단시간에 (심지어는 매뉴얼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기능까지도) 완전히 터득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휴대폰으로 채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희들이야 컴퓨터의 키보드를 1분에 1백50타 정도 두드리는 수준에 만족해 하지만 디지털 세대는 휴대폰의 자판을 1분에 2백타 이상 누른다니 가히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까?

인터넷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리더의 역량으로 의사결정의 속도를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완벽’보다 ‘기득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즉, 의사결정의 ‘인스턴트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많은 돌다리를 두드려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남들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지요. 벤처기업의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다시 기존의 오프라인기업에게 손을 들어주려는 현실이지만 어쨌든 벤처는 ‘빠른 것이 경쟁력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Try and error’를 두려워 말고 우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보다는 실천인 것입니다. 말만 앞서고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토(NATO:No Action Tal k Only)족의 대열에 있는 한 1등은 없습니다.

인터넷기업의 수익기반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합종연횡(合縱連橫)’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토털 서비스를 위한 기반기술기업과 인터넷기업의 협력, 서비스의 대형화를 위한 인터넷기업간의 협력, 그리고 우수한 콘텐츠의 확보를 위한 인터넷기업과 미디어기업의 협력 등이 그것 입니다.

‘합종연횡’은 지금까지의 규모의 경제를 대체하는 보다 위력적인 범위와 연결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교육시장에 있어서 마케팅이라는 강점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었다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오프라인 교육시설, 원격교육 콘텐츠, 평가 솔루션, 전문가 집단, 공중파매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핵심역량을 배가시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나보다 남이 많이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되면 협력을 기피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그만 것이라도 얻을 것이 있다면 힘을 합하기를 택하고 있습니다. 기업간의 협력은 ‘누가 우열을 점하느냐’를 따지기보다 상호간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기회로 활용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적대적인 인수보다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이 더더욱 빛을 발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야만 하는 ‘시소’보다 서로 마주하고 상대가 보지 못하는 반대편을 봐주면서 같이 힘을 모아 창공으로 내딛는 ‘그네’를 타는 것이 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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