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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명칭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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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슬옹
동국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
세종시 명칭 자문위원

세종시의 터 잡기가 한창이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건물, 도로, 길이 속속들이 새 희망을 일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이름으로 세종시의 이상과 꿈을 드러낼 것이다. 당연히 세종시의 각종 명칭과 지명을 어떻게 지을 것이냐가 새 도시의 생명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명칭에 세종의 정신을 담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최종 결정은 안 되었지만 1단계 심의를 통과한 350개 명칭은 다른 신도시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순우리말 중심으로 올곧게 지음으로써 일제에 의해 사라져간 ‘한밭(대전)’과 같은 순우리말 지명 전통을 살렸다는 점이다. ‘오롯동’ ‘소담동’과 같은 법정동 명칭부터 ‘한결로’ ‘처음로’와 같은 도로명, ‘미래내대로’와 같은 특성화 도로 명칭, ‘방울새어린이공원’ ‘물별수변공원’ 등 공원 명칭까지 두루 적용되고 있다. 둘째, 도로 명칭의 경우 한글 자음 14자에 따라 구역별로 같은 자음 맵시로 도시를 수놓아 하늘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한글 도시임이 드러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어찌 민족의 자부심, 국가 브랜드로서의 세종과 한글을 드높이는 꿈이 아니겠는가.

 셋째, ‘라온로’와 같이 현재 잘 안 쓰이지만 매우 정겨운 옛말을 살려 우리말의 역사성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라온’은 ‘즐거운’이란 뜻이다. 필자가 1980년대 널리 퍼뜨린 ‘동아리’란 말도 거의 안 쓰이던 옛말이었지만 지금은 널리 퍼져 수많은 사람의 동아리에 대한 꿈을 도와주고 있다.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에 앞서 농업, 경제, 국방, 예술 등에서 민본주의 정치의 꽃을 피웠다. 소통과 조화의 문자 훈민정음으로 자손 만대의 찬란한 꿈을 연 세종 정신이 세종시 이름을 통해 세종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빌어본다.

김슬옹 동국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세종시 명칭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