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연기에 힘 쏟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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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초록물고기〉 등 15편의 영화 출연, 그리고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오! 수정〉이란 영화로 다시 돌아온 배우 문성근.

〈오! 수정〉에서 그는 일상에 불만이 많은 40살의 PD로 등장한다. 20대 초반의 후배 PD와 사랑에 빠지는데, 돈많은 화랑 주인 정보석과 삼각관계에 놓인다. 남녀가 사랑하는 과정을 각자의 시점과 기억으로 풀어내는 이 영화는 깐느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한 화제작이다.

"영화의 소재가 다분히 대중적인데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상적인 삶의 부분을 극대화시켜 포착해낸 점이 독특해요. 연기자로서 매우 즐겁고 흥미롭게 찍은 작품이에요."

그가 영화를 통해 창조해낸 인물은 참으로 다양하다. 운동권 학생, 삼류작가, 왜소한 가장, 야비한 보스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그는 일반인들에게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건 아마도 '그것이 알고 싶다'란 TV 프로나 초창기 작품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는 연기자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게 많은 역을 맡은 이유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배우는 늘 변신해야 한다는 생각도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훌륭한 배우 대열에 있는 말론 브란도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성격파 배우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아무튼 그는 TV나 스크린, 그 어디에 서 있든 그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관객들은 흔히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의미있고 진지한 영화려니 하는 선입관을 가지거나, 상업 오락영화에 출연하면 비판하는 사람까지 있다. 고정된 이미지로 그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연극할 때부터 괜찮고 의미 있는 작품을 좇았던 게 그런 운신의 폭을 만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은 활동의 한계이기도 하죠."

지난해 그는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위해 거리에 나서기도 하였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여 왔다. 사실 사회 비판적인 연극이나 영화에 출연하는 정도였지 그는 거리에 나서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 1년 동안 영화계의 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니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지난해 9월 사퇴하였지만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그는 각종 투자기금 조성, 한국영화 배급회사 설립을 통한 한국영화 우선 상영관 체인망 구성, 단편영화 제작 활성화, 우수 시나리오 집중 육성 등 수많은 정책을 세웠다.

한국 영화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해 1월에는 이창동 감독, 배우 명계남, 제작자 유인택과 함께 유니코리아 문예투자(주)라는 투자회사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첫 투자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다행히도 〈박하사탕〉이 쾌속 행진을 해 마음이 놓였어요. 이제 제작뿐만 아니라 연기에 힘을 쏟으려고 해요. 2년 동안 연기를 하지 않으면서 배우로서의 욕망이 많이 생겼지요. 체중도 빼고 배우 얼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주저않고 연기에 투신할 겁니다."

〈박하사탕〉의 성공과 요즘 주목받고 있는 영화 〈오! 수정〉의 즐거운 행진. 그는 이 영화들을 한국 영화 발전을 앞당기는 청신호로 여기고 있다. 그에겐 더없이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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