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무역분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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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함에 따라 양국간 무역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WTO 관행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단행하자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조치에 '맞불' 을 놓으면 비단 교역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중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고심 중이다.

◇ 무역분쟁 있기까지〓양국간 분쟁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말 국내 마늘농가의 피해를 우려한 농협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피해조사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1월 18일 농협의 피해조사 요청에 따라 중국산 냉동 마늘 등의 관세율을 30%에서 무려 3백15%로 올리는 잠정관세 부과조치를 내렸다.

한국은 그후 WTO 절차에 따라 WTO와 중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와 별도로 무역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인 피해조사를 실시한 끝에 지난 2월 농협의 피해구제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양국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실무협상을 가졌으나 피해보상을 둘러싼 의견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 중국의 초강수 왜 나왔나〓중국산 마늘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유럽연합(EU)도 중국산 마늘에 대해 3년간의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했지만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이 유독 한국에만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대한 무역적자 해소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만 지난 1993년 이후 7년간 적자를 냈고 98년 이후에는 적자폭이 50억달러 안팎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에서도 48억1천8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양국의 수출입 제품 구조상 중국이 한국에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은 사실상 농산물 분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농산물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 우리 정부의 고민〓재경부 관계자는 "전체 중국 교역량에서 마늘 수입액만 따지면 무시할 만한 금액이지만 40만 마늘 농민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 말했다.

또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숱한 민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적당한 협상카드가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

여기다 중국이 WTO 회원국이 아닌 만큼 무역분쟁이 발생하더라도 WTO 절차나 기준에 맞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 정부 대책과 전망〓정의용(鄭義溶)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중국의 일방적 조치는 유감이나 중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적절한 정부안을 만들어 협상해나가겠다" 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의 보복조치가 '피해정도에 상응하는 조치' 를 넘어섰다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방침이다.

한국의 중국산 마늘 수입액이 지난해 1천5백29만달러에 불과한데 비해 수입중단 조치가 취해진 한국의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대중국 수출액은 무려 5억1천3백만달러에 달한다는 것.

정부는 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한.중 의정서' 최종서명을 앞두고 있는 만큼 WTO 정신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자고 중국측에 촉구할 계획이다.

중국이 '마늘문제는 마늘로 해결할 것' 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마늘 대신 다른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여타의 보상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마늘에 대한 수입 관세율을 적절한 선에서 조정해나가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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