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해피 톡톡] 불꽃축제는 가라, 진정한 축제를 보여 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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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
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굉음과 함께 밤하늘 높이 피어올랐던 불꽃이 마침내 한강대교 아래로 스러졌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1 서울세계불꽃축제’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여운을 느낄 겨를도 없이, 어느새 주변은 자리를 뜨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돼 있었습니다. 이촌한강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던 저도 서둘러 짐을 챙겨 일어났습니다.

그때, 바로 앞에 피자박스가 보였습니다. 거기서 구경하던 커플이 놓고 간 쓰레기가 분명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주워가서 버렸을 겁니다. 그러나 이날은 주렁주렁 짐도 많고, 귀가 인파 속을 뚫고 갈 일도 막막했습니다.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자기가 먹은 것도 안 치우고….” 몇 초간 갈등했지만 결국 모른척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피자박스만이 아니었습니다. 공원 출구를 나서기까지, 발길에 차이는 게 쓰레기였습니다. 아름다운 불꽃놀이의 기억은 쓰레기더미들 사이로 인파에 밀려 고생하는 동안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뉴스를 보니 그 불꽃축제 때문에 여의도와 인근 한강공원에 몰려든 사람이 120만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쓰레기는? 무려 60여t에 이르렀답니다. 밤새 환경미화원들만 고생했겠지요.

우연이었을까요. 다음날, 위아자 나눔장터에 관한 자료를 읽는데 축제 뒤의 쓰레기와 불꽃놀이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위아자에서 배출되는 매립용 쓰레기는 부피로 2.5t 트럭 1대 분량 정도. 여의도 벚꽃축제에서 발생하는 하루 쓰레기에 비하면 정말 10분의 1 정도다.” “불꽃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려 보내기 위해서는 화약이 필요하다. 그 화약에선 납·크롬·다이옥신·이산화탄소·질소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배출된다고 한다. 불꽃들은 재가 되어 우리의 콧속으로, 바람을 타고 동네 산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불꽃놀이 황홀경에 취해 있을 때, 아이들에게 “내년에도 보러 오자”고 약속했는데…. 하긴, 아이들도 축제 후 쓰레기와 인파에 기겁을 했으니, 약속을 안 지켜도 불평은 안하겠죠.

불꽃축제와 달리 16일 열리는 위아자 나눔장터는 처음부터 ‘순환’ 개념을 키워드로 삼아온 친환경축제입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고 파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는 참여 기업이나 단체가 준비과정에서부터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있는지 스스로 꼼꼼히 체크해보는 ‘그린 이벤트 가이드’도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번 일요일엔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위아자 장터에 가봐야겠습니다. 좋은 물건들을 싸게 사면서 저절로 나눔도 실천할 수 있는 진짜 축제를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고민되네요. 큰아이가 경매에 오른 아이돌 그룹들 기증품을 사고 싶어할 텐데, 좀 도와줘야 할까요?

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 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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