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우 기자의 확대경] 5회 말 3루에서 멈칫한 SK 박재상, 홈까지 그대로 뛰었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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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5회말 1사 1루. SK는 박재상의 우중간 3루타로 1-2로 추격했다. 이어진 1사 3루 득점 기회에서 최정의 타구가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떴다. 얕은 플라이를 KIA 유격수 김선빈이 역동작으로 잡아냈다. 김선빈은 공을 잡고 그라운드에서 뒹굴기까지 했다. 하지만 3루 주자 박재상은 홈인하지 못했다.

 포스트 시즌에는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지난해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이종욱이 삼성 유격수 뜬공에 태그업해 득점했다. 2008년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 오재원이 1사 만루에서 유격수 뜬공에 득점했다. 2007년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5회 1사 만루에서 두산 이종욱이 2루수 뜬공 때 득점했다. 모두 내야수가 역동작으로 포구한 상황에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수비수가 역동작으로 포구하면 송구할 때 공에 체중을 실어 던지기가 어렵다. 보통 한두 걸음 스텝을 밟은 뒤 송구해야 한다. 그러나 주자도 홈을 향해 달려가는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공을 던지곤 한다. 추진력을 얻지 못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힘없이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간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최정의 타구를 바라본 박재상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달려 들어오는 좌익수 김상현, 노스텝 송구가 가능한 김선빈의 강한 어깨, 1점 차 박빙의 승부, 귀중한 3루 주자라는 자각…. 이런 조건 때문에 박재상은 과감할 수 없었다. 그가 홈으로 달려 점수를 냈다면 경기는 어떻게 풀렸을까?

허진우 야구팀장

◆태그업(tag up)=타자가 플라이볼을 쳤을 때 주자가 누를 밟고 있다 수비수가 포구하면 다음 누를 향해 달려가는 동작. 리터치(retouch), 터치업(touch up)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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