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법원,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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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은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다.”

 6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진 뒤 금융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론스타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기한인 향후 7일 동안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에 펼쳐질 수(數) 싸움에서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론스타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250억원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 보유 지분(51%) 중 10%를 초과하는 41%에 대해 의결권 제한조치(충족명령)를 내리고, 이후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게 된다.

 당초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상고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주가 하락을 이유로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태세여서 론스타가 상고를 협상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론스타에 정통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 강제 매각명령이 내려지고, 이는 하나금융에 칼자루를 쥐여주는 꼴”이라며 “론스타가 계약을 깨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다른 인수자를 찾는 수순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하이닉스 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거액 배당을 챙기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계약이 깨질 경우 론스타가 입을 타격도 적지 않다. 우선 론스타의 상고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위가 강제 매각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고승범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에 대한 2심 법원의 판단이어서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론스타의 상고 여부를 지켜본 뒤 금융위의 조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다른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론스타엔 불리한 점이다.

 사정이 급한 것은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한 뒤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3조원을 끌어들이고, 신임 외환은행장(윤용로 전 기업은행장)까지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인수 실패는 재앙과 다름없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계약이 깨질 경우 김승유 회장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궁(窮)하면 통(通)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양쪽의 다급한 사정이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를 경우 최종 관문은 금융위의 자회사 편입 승인이다. 일단 하나금융은 승인을 자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통보했다.

윤창희·구희령 기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이 자회사인 외환카드의 흡수·합병 추진을 발표하면서 합병 전 외환카드 감자(減資) 검토 계획을 밝혀 외환카드 주가가 5400원에서 2550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감자 없이 합병했고 외환은행은 주가 폭락을 통해 적은 금액으로 외환카드 주식을 매수하고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희석률을 줄이는 등 이득을 봤다. 법원은 론스타 임원진 등이 ‘허위 감자설’을 흘려 주가조작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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