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현대차 이사직도 포기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26일 현대건설.중공업.아산의 이사직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명예회장의 '경영 퇴진' 을 거듭 주문하고 있어 그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6일 "鄭명예회장이 현대차 최대주주가 된 데다 계열분리 요건상 이사 겸임이 금지돼 있는 점을 고려해 곧 임시주총을 열어 현대건설과 중공업, 아산의 이사직을 내놓을 것" 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중공업은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鄭명예회장은 이들 회사의 지분과 이사직을 통해 오너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대 관계자는 "지분과 이사직을 정리하면 명예회장은 그룹의 오너가 아닌 현대차의 대주주로만 남게 되며, 현대차에서도 이사직을 맡는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정부가 이번 기회에 현대그룹이 명실상부한 '포스트 정주영 시대' 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鄭명예회장이 물러나야 하며 경영에서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鄭명예회장이 아직 명예회장직까진 내놓지 않았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명예회장직 사퇴와 현대자동차 이사 등재 포기는 물론 자동차 지분도 순차적으로 정리해 완전한 '자연인' 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鄭명예회장은 1947년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50여년 넘게 그룹 총수로서의 현대를 이끌어왔다.

87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으나 그 뒤에도 대북사업을 비롯, 그룹의 중요한 사안은 직접 챙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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