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팔자" 개포지구 실망매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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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과 대내외 경제 불안 등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한 때 부동산 재테크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한달새 1억원 이상 가격이 폭락하면서 소유자들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투자수요의 발길도 뚝 끊겼다.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 하락세가 그 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의 상황을 알아봤다.

"`가격 하한선은 없으니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팔아만 달라`는 물건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도 문의전화 한 통 받아보지 못하고 문을 닫는 날이 계속되고 있고, 한 마디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며 거친 한숨만 몰아쉬었다. 가을 성수기는 돌아왔는데 그리스 디폴트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노른자위 투자처로 꼽히는 개포지구에서는 급매물보다 더 가격을 낮춰 물건을 내놓는 투매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추석 이후에는 매매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게 되면 전매가 금지되는데 대한 소유자들의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6일 해당 일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한달만에 1억원 이상 급락했다. 9월 초까지만해도 9억~9억5000만원이었던 개포주공 4단지 50㎡형은 1억~1억5000만원 가량 빠지면서 8억원 이하로 주저 앉았다.

최근 한달새 1억원 이상 떨어져


같은 단지 36㎡형도 5억5000만~5억6000만원으로 8000만~1억3000만원 가량 내렸다.

개포시영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33㎡형은 한달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내리면서 현재 4억9000만~5억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43㎡형도 현재 5억7000만~5억8000만원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매수의사를 보이는 수요자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의전화는 끊긴지 오래다.

개포동 정애남부동산 정애남 대표는 "명절 전까지는 조금씩 빠지던 가격이 지금은 한주새 몇천만원씩 하락하면서 간혹 급매물만 소진될 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도가 안 될거란 불안감에 집주인들도 1억원 이상 가격을 내려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지역에 적용 중인 투기지역에 대한 해제를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매제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시장에 냉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명공인 이형관 대표는 "가격이 급락하다 보니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주공1~4단지나 시영이나 모두 같은 상황이다"며 "강남지역에 대한 투기지역을 하루 빨리 해제해야만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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