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200원’ 시대 재테크 전략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달러당 원화 가치가 1200원에 바짝 다가섰다. 당분간 강한 달러-약한 원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원화가치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재테크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환헤지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해외펀드 중 투자 종목과 운용방식은 똑같지만 환헤지 여부만 다른 ‘짝꿍 펀드’ 15쌍(30개)을 분석한 결과, 원화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을 그대로 둔 환노출 펀드가 원화가치 변동 위험을 줄인 환헤지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저앉으면서 해외 펀드 자체의 수익률은 떨어졌다.

하지만 환노출 펀드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혜택으로 손실을 줄인 반면, 환헤지 펀드는 그 이득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2007년 2월 26일 동시에 출시된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은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한다. 그런데 환노출 상품은 지난달 6.77% 수익을 거뒀지만 환헤지 상품은 2.66 손실을 봤다. ‘동양차이나본토주식증권자투자신탁’(환노출 : -0.78%, 환헤지 : -9.01%), ‘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트레커증권자투자신탁’(환노출 : -0.88%, 환헤지 : -9.73%) 등 다른 짝꿍 펀드도 수익률 차이가 컸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원화가치는 당분간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미 환노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보일 때까지 지켜보는 게 좋다”며 “하지만 새로 해외펀드에 가입할 경우에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식을 고를 때도 원화가치 변동이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에는 호재가 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원화가치가 10원 내리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에 같은 수출주라도 철강·화학·에너지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업종은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비용이 늘어나 타격을 입는다. 또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대개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이들 기업은 완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추가로 입는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기업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재료 값은 올라가고 완성품 값은 떨어져 마진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계 등은 원화가치 급락이 이자비용을 증가시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