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민주당엔 미안하지만 10·26 전 입당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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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원순(55) 변호사가 10·26 서울시장 선거 때까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현실 정치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미안한 느낌도 있지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도 함께 대변해야 한다.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보다는 범야권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기폭제가 돼서 내년 총선·대선까지 간다면 저도 기꺼이 그 흐름에 민주당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이후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지지율 1위가 됐는데.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숫자일 뿐이다. 3%에서 이렇게 됐듯이 내려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숫자의 의미에 대해선 참 무겁게 생각한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많은 소망이랄까, 꿈들이 녹아있는 숫자다.”

 -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숱한 (정계 입문) 제의를 받았지만 시민운동으로도 충분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이 정부에서 핍박을 받은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강연을 하러 가면 정보과 형사가 와 있고, 방송과 인터뷰를 해 놨는데도 기자나 PD가 ‘죄송합니다. (방송) 안 되겠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고초를 겪고 있고, 민생은 파탄 나고, 세상은 후퇴하는데 당신 혼자만 그렇게 손에 물 안 묻히고 살면 되느냐는 요구가 죄책감으로 쌓였다.”

 -안 원장이 양보 안 했다면.

 “나는 이미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기대하는 결과(당선)가 아니더라도 출마했을 것이다. 정말 너무나 고민스럽다는 얘기를 안철수씨에게 e-메일로 보냈더니 만나자고 연락이 온 거다. 나는 안철수씨가 꿈에도 정치를 할 줄 몰랐다.”

 -민주당에선 입당을 권유하는데.

 “안철수 교수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던 ‘제3세력화’엔 생각이 다르다. 안 교수에게도 그건 정말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정말 괜찮은 정치인들 50명을 모을 수 있겠느냐고. 기존의 정치세력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새로운 서울시 정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들어가는 모습은 지금 저에게 모아진 시민들의 마음은 아니다. 다만 한나라당에 대응되는 야권 단일 후보로서는 기꺼이 나갈 생각이다.”

 -행정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 그동안 행정 경험 많은 사람들이 만든 서울시는 어땠는지 되묻고 싶다. 나도 많은 부분에서 서울시정에 관여해왔다. 고건 시장 때는 입찰비리가 적발되면 다시는 입찰을 못하게 하는 청렴계약제도나 시민옴부즈만 제도를 제안해 실행에 옮겼다. 시장 판공비 공개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서는.

 “내 삶의 후반부는 모두 복지다.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아름다운가게까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썼다. 물론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 문제는 불요불급한 재정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오세훈 전 시장도 전시행정에 몰두하다 보니 정말 투자할 곳은 외면했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 회견 때 수염을 기르고 나왔는데….

 “안 교수가 만나자마자 곧바로 불출마 선언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겠다는데 수염 때문에 하루 늦추자고 할 수도 없고…. 앞으론 외모에도 신경 좀 쓰겠다(웃음). 기자회견 후에 빗발치듯 수염 깎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 밤 미용실에선 못하겠다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찾아 헤매다 겨우 이발소를 찾았다. 결국 찾은 곳이 ‘효자동 이발사’였다.”

 -당선되면 어떤 시정을 펼치고 싶나.

 “ 서울시민들은 지금 부평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힘쓰겠다. 전임 시장의 좋은 정책들은 최대한 수용하면서 행정의 연속성과 개혁을 함께 추진해갈 거다. 공무원을 혼란케 하진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철학 없이 모든 걸 바꾸려고만 하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글=박신홍·강기헌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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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법무법인산하 고문변호사
[現]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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