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실격당한 뒤 숙소 간 볼트…새벽까지 힙합 들으며 마음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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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사진)가 5일 출국했다. 100m 실격-200m 금메달-400m 릴레이 세계신기록. 그는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답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남겼다. 지난달 16일 볼트가 입국한 뒤 대회 기간 볼트의 국내 매니저 역할을 한 푸마 코리아 김동욱 차장에게 볼트의 대구살이가 어땠는지 들어 보았다. 푸마는 볼트의 후원사다.

 ◆100m 실격의 아픔, 노래로 극복=볼트는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해 실격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믿을 수 없다(I can not believe)”는 말만 되풀이한 볼트. 그러나 이튿날 볼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훈련장에 나타났다. 평소처럼 쾌활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선수촌 숙소로 돌아간 볼트는 새벽까지 웨인 마셜과 티파, 팜보가 함께 부른 ‘Swaggin WTF’를 들었다. 신나는 힙합 음악이 볼트의 심리치료사였다.

 ◆갈비찜 굿, 김치는 노=볼트는 치킨을 좋아한다. 선수촌 식당에서 매일 치킨을 즐겼다. 이걸로도 모자랐는지 대구에 머무르는 동안 여덟 번이나 숙소 밖 치킨 전문점을 이용했다. 1m96㎝·94㎏의 거구답게 식사량도 많았다. 앉은 자리에서 치킨 열 조각에 햄버거 2개 이상을 해치웠다. 볼트가 좋아한 한국 음식은 갈비찜이었다. 하지만 김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 이 정도 뛰는지 몰랐어?”=볼트는 유쾌했다. 경기 시작 전, 그리고 레이스를 마친 뒤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계산된 동작이 아니었다. 볼트는 평소에도 유머가 넘쳤다.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주위에서 “축하한다”고 하자 볼트는 “나 이정도 뛰는지 몰랐어? 새삼스럽게”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낯선 3레인이 아니라 익숙한 6, 7레인에서 뛰었다면 19초19의 세계기록을 깰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스피드 광=볼트는 자동차 매니어다. 자메이카 고향 집 차고에 일곱 대나 있다. 모두 검은색. 볼트의 방한 소식에 여러 업체에서 차량 후원 의사를 밝혔다. 볼트는 독일 업체인 B사를 택했다. 그 회사는 1억8000만원에 팔리는 최고급 차량 두 대를 입국 때부터 볼트에게 제공했다. 볼트는 “자메이카에서도 B사 차량을 탄다. 스피드를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볼트는 밤 늦게 숙소로 돌아갈 때는 “속도를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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