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닷컴기업 살아남기 '짝짓기' 봇물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닷컴기업들이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자본조달의 길이 막히자 생존을 위해 `짝짓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운이 좋은 닷컴 기업들은 자사보다 더 큰 업체를 ''구세주''로 만나 흡수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장부상의 자산가치보다 적은 가격에도 인수자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1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닷컴 업체들은 하루라도 더 기업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닷컴 업체간 인수합병의 급증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잡화점 피포드닷컴(Peapod.com)사는 지난 주 파산 직전에 국제적인 식료품 소매업체인 로열 어홀드에 인수됐으며 옴니컴 그룹은 인터넷 인력 중개 사이트 캐리어모자이크닷컴(Careermosaic.com)을 경쟁업체 헤드헌터닷넷(Headhunter.net)측에 처분했다.

또 인터넷 광고 업체 사이버골드는 경쟁사인 마이포인트닷컴(Mypoints.com)에 의탁하기로 합의했으며 기프트서티피키츠닷컴(Giftcertificates.com)도 경쟁사 기프트스파츠닷컴(Giftspots.com)을 흡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상품을 가진 닷컴 업체끼리 합치는 경향은 확실한 승자만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오는 현상이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이버골드의 최고경영자 냇 골드하버는 "분명한 승자에게는 더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겠지만 2등은 별 볼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싸우는것보다는 확실한 승자가 될 기업의 일부가 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사를 포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의탁할 상대방을 만난 닷컴 업체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한다. 일부 닷컴 업체는 주식의 시가총액이 장부상의 자산가치보다도 낮은 상태에서도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주가폭락으로 닷컴업체들은 궁지에 몰려있지만 벤처자본가 입장에서는 주가 폭락이 손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투자이득이 줄어드는 손해는 겪고있지만 닷컴 창업기업과의 협상에서 ''칼자루''를 쥐게 돼 그만큼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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