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가 더 걱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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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02면

요즘 각종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화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미국·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주가 대폭락 사태, 다른 하나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다. 둘 다 미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주민투표의 경우엔 정치 성향과 나이·계층에 따라 찬반 의견이 극명히 엇갈린다. 무상급식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가선 안 된다는 절충론도 적지 않다. 국제투기자본의 대부 격인 조지 소로스가 최근 일부 유럽 국가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듯이 복지 확대는 결코 공짜일 수 없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든가, 아니면 다른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막바지 단계로 들어섰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 측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며 투표 보이콧 운동을 맹렬히 펼치고 있다. 단계적 실시를 주장하는 오세훈 시장 측은 ‘비겁한 투표 방해, 세금폭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에 배수진을 쳤는데 곧 시장직을 걸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182억원이 들어간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지금처럼 여야의 주장이 팽팽해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유권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게 민주주의다.

걱정되는 건 주민투표 이후의 혼란이다. 대개의 경우 투표를 하면 승패가 가려진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다를 수 있다. 쟁점은 투표율이다. 서울 지역 역대 재·보선 투표율이 30%대 초반이었는데 야당 측 지지자가 불참하면 투표율은 20%를 넘기 힘들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으니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 주장에 대해 찬반 어느 쪽이 더 많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야당은 투표율 미달이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서울시민의 거부라고 주장할 것이다. 견강부회다. 지금까지 치러진 수많은 서울 지역 재·보선에선 투표율이 아무리 낮아도 투표함을 열었고,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자가 국회의원도 되고 구청장도 됐다. 그건 인정하면서 이번엔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을 내세워 그게 민의라고 주장하는 건 정치 선전일 뿐이다.

야당은 앞으로 오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펼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 시장이 물러나면 10월께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선거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다. 주민투표 비용은 낭비라던 야당이 ‘시장을 다시 뽑자’고 주장하는 건 그 자체가 희극이다. 더욱 걱정되는 건 올 10월부터 정치 바람이 불기 시작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다. 세계 경제가 휘청대고, 국가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의 결전은 내년 총선(4월)·대선(12월) 두 차례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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