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5월 중국 방문 때 희토류 주고 비료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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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69)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 방문 기간에 비료와 옥수수를 챙기고 무산(茂山)광산의 희토류(稀土類) 개발 이권을 내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관계를 추적해온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15일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에 비료 20만t을 무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20만t의 비료가 북한 땅에 뿌려지면 세 배에 해당하는 식량 증산 효과를 보기 때문에 식량 60만t과 맞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해 중국이 국제 시세의 절반 수준인 t당 30달러의 가격에 옥수수 50만t을 북한에 보내기로 합의했다”며 “중국 동북(東北)지방에서 북한으로 옥수수가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5월 20일 무렵은 북한에선 춘궁기가 한창이었던 때였다.

 김 위원장은 비료와 옥수수를 지원받은 대신 중국에 북한 자원 개발의 문호를 넓혀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 측이 함경도 무산에서 대량으로 매장된 희토류 개발에 참여하도록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자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질인 희토류가 북한에는 2000만t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무산에서 생산된 희토류를 실어나를 도로 확·포장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채굴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북한은 무산에서 생산된 희토류의 50%는 중국 측에 원가 보상 차원에서 무상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50%에 대해선 국제 시세에 따라 판매수익을 중국이 북한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이 사실일 경우 북한과 중국은 식량 및 비료 지원과 지하자원 개발 이권을 ‘빅딜’했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은 이번 거래를 통해 식량 문제로 북한 내부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북한이 외부 도발을 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5월 방중 기간에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이용해 온 중의(中醫·한방) 의료진으로부터 특별 검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중국이 보유한 서양식 의술은 신뢰하지 않아왔다”며 “채혈이 필요로 하지 않는 한방 진맥을 받았다는 말을 중국 측 인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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