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락
북한 당국이 요인암살조를 한국에 파견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1974년 8·15광복절 행사때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암살사건’이 대표적이다. 실패한 암살조도 있다. 74년 이후락씨 암살미수사건이다. 10일 김종필(85) 전 총리가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후락씨는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직후였고 김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국무총리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김 전 총리의 얘기.
“이후락씨는 중정부장을 하면서 평양에 가 김일성을 만났어요. 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냈지만 그 해 10월유신이 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됐지. 김일성은 이후락한테 배신감을 느꼈어.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이 찍은 사람은 반드시 보복을 합니다. 그 뒤의 봄이었어. 이후락이 통영의 한 호텔(※충무관광호텔로 추정됨)에 쉬러 갔을 때야. 평양의 진남포에서 잠수정을 타고 출발한 3인의 암살조가 새벽에 통영 해변에 상륙했어요. 무장공비였는데 마침 경찰 경비대에 들켜 총격전이 벌어졌지. 한 놈은 사살되고, 한 놈은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는데 죽었을 것이고, 한 놈은 총상을 입은 채 붙잡혔어. 총상 입은 공비를 신문했는데 ‘이후락을 죽이러 왔다’고 했어. 그 친구는 총상 때문에 결국 죽었지. 이후락은 다행히 호텔에 없었다는구만.(잠시 사이) 이후락이 통영 그 호텔에서 묵는다는 동선을 평양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결국 한국 내부에 그 정보를 주는 스파이들이 있었다는 얘기지.”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