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현장 리포트]⑧강원 춘천

중앙일보

입력

조용하던 호반의 도시 춘천에 총선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여론조사 시기나 기관마다 지지도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올 정도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대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갑·을로 나뉘어있던 선거구가 통합되면서 현역 국회의원인 민국당 한승수(http://www.hanseungsoo.pe.kr)후보와 한나라당 유종수 의원(http://www.js2000.or.kr)이 선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정당 발돋움 여부를 강원지역에서 찾으려는 집권 민주당은 여기에 뒤질세라 이상룡 전 노동부장관(http://www.413dragon.com)을 출전시키면서 춘천 호반의 안개는 짙어만 가고 있다.

이들 중량급인사를 추격하는 최동철 전 KBS스포츠 앵커(http://www.choidongchul.pe.kr), 남동우 전 강원부지사(http://www.namdongwoo.pe.kr), 이용범 전 노사정위 부대변인(http://www.yongbum.pe.kr) 등 무소속 후보들도 나름대로의 지지기반과 득표력을 갖고 있어 쉽사리 우세를 점치기 힘들어졌다.

춘천지역의 현재 출마희망자 6명은 모두 춘천고등학교 출신.맏형뻘인 이상룡 전 장관(26회)
을 비롯해 한승수 의원(27회)
·유종수 의원(33회)
·최동철 후보(34회)
·남동우 전지사(36회)
·이용범 후보(51회)
모두가 고교 선후배 사이. 지역민들 사이에 "춘고 동창회장 선거냐"며 푸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역 4선 의원이었던 자민련 이민섭 후보가 지난 13일 출마포기를 선언한 이후 혼전의 양상은 더욱 깊어졌다.이 지역에서 상당한 세를 확보하고 있던 이민섭 위원장의 표를 누가 더 많이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춘천지역에서 나온 한나라당 유종수 의원은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밑바닥 정서에서 우위를 자신한다. 강원의대 설립,경춘선 복선전철화, 동서고속도 건설 등의 지역숙원사업을 추진해 성사시켰음을 주장하며 '뚝심'의 정치인임을 내세운다. 한나라당 고정표에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 서민층의 지지도를 합하면 당선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자평.

한나라당 공천탈락에 반발해 민국당에 참여, 명예회복을 노리는 한승수 의원은 '춘천의 인물론'으로 맞선다. 지역개발에 소홀했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은 춘천·강원도내 사업이 없다며 반발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출신으로 상공부장관, 경제부총리, 재경원 장관 등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이 최대 강점. 서면 박사마을 출신으로 지지기반도 광범위한 편이다.

민주당의 이상룡 전 노동부장관은 강원도가 소외지역에서 벗어나려면 집권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며 '강원도 구하기-춘천을 살려라'를 선거전략으로 삼는다. 35년 공직생활동안 쌓아온 행정경험 등 풍부한 경륜을 무기로 고학력층, 노동자 할 것 없이 고른 지지기반을 자랑한다. 3월 들어 급속한 지지율 상승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의 반DJ정서(지난 대선 강원지역 김대중 후보 23.8% 득표)
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

인구 25만에 미달되어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진 탓에 유권자들은 지역개발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원지역은 여권성향의 보수적인 유권자들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요구도 높다.

"인물에서 낫지만 지역 위해 한 일이 뭐냐" "밑바닥 민심 열심히 훑지만 지역대표하기에는 좀…" "DJ표 모여야 한계 있을텐데"

다소 냉소적인 지역민들의 평가는 이미 후보들의 강·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계층별 지지후보도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망설이는 시민들이 많아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지역TV토론회 등이 방영된 이후 판세가 재편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7만 유권자 표의 절반이 몰려있다는 아파트단지도 관심의 대상. 몇백표 차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인구밀집지역에서 몰표를 뺏길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당의 후보들은 조직을 총가동하고, 무소속 후보들은 바람몰이에 나서 이들지역을 선점한다는 전략.

특히 정치신인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세 후보들은 28일이후 본격적인 바람몰이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동철 후보측은 유세전까지 두자릿수까지만 지지율을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 TV를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진데다 최후보가 강원출신 연예인의 모임인 강사모(강원도를 사랑하는 모임)
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 이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유세기간중 누구보다도 시선을 많이 모을 것이라고.

민주당 영입인사로 정치에 참여했다가 낙마한 남동우 전 지사측은 '깨끗한 정치'를 펼치겠다며 23년간 곧은 공직생활을 해왔음을 내세운다. 이용범 후보측은 유일한 40대 후보임을 강조하며 '젊은 춘천으로 바꾸자'고 역설하는데, 두 후보 모두 20, 30대 젊은 유권자만 끌어들이면 춘천에서 유권자 선거혁명이 일어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조인스닷컴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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