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철 서초구청장, 산사태 취약 하다며 왜 내버려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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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산사태로 18명이 숨진 서울 서초구 주민들은 분노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60·사진)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우면산에 대한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28일 사고 현장에 나온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진 구청장을 성토했다. 특히 서초구청 측에서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2개 동 저층부가 매몰돼 3명이 숨진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아파트 주민대표 곽창호(55)씨는 “주민들이 진 구청장에게 분노하고 있다”며 “임기 내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우면산 생태공원 정비를 서두른 반면 지난해 비 피해에 대한 복구 공사는 늑장을 피운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곽씨는 “지난해부터 산 여기저기를 흙바닥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수로 관련 공사는 지난달에야 시작됐다”며 “주민들이 우면산을 산책할 때마다 우려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절대 다수는 이번 산사태를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며 “구청 측이 자연재해라고 계속 주장한다면 우면산을 늘 이용해 왔던 주민들이 전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5명이 숨진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홍수만(58)씨는 “구청은 우면산이 경사가 가파르고 물이 많아서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아무런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구청이 공사를 하면서 수로를 지나치게 좁게 만들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사가 아파트 1층을 덮친 방배동 신동아럭스빌 아파트 주민 박연수(63)씨는 “우면산을 산책할 때마다 물길을 형식적으로만 좁게 파놨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에 이어 같은 곳이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본 것에 대해 구청장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초구의 입장은 다르다. 진 구청장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연재해다. 집중적으로 내린 비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초구만 큰 피해를 당한 이유에 대해선 “서초구에는 공원과 녹지가 60%를 차지하고 있어 비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집중호우로 우면산이 피해를 보았는데 제때 보완 공사를 하지 않아 산사태가 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지난해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공사는 현재 70% 진행됐고 이곳은 이번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정비 등이 산사태에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생태공원은 우면산 남측에 있는데 이번 산사태는 대부분 우면산 북측에서 난 것”이라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우면산 생태공원은 조남호 전 구청장 때인 2004년에 조성했고, 진 구청장은 현재 생태공원 정비를 하고 있다.

최모란·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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