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선 의원, 백악관 앞서 수갑 찬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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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구티에레즈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왼쪽)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뒤편 보도에서 이민법 개혁을 요구하는 연좌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에도 같은 내용의 시위로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워싱턴 AP=본사특약]

10선(20년) 경력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백악관 주변에서 규정을 벗어난 시위를 벌이다 수갑을 찼다. 경찰에 체포된 루이스 구티에레즈(Luis Gutierrez·58) 의원은 더구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과 소속 정당(민주당)과 정치적 기반(일리노이주)이 같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권력이 제대로 서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26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뒤편(북쪽) 보도(步道)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자 추방을 중단할 힘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그는 그 힘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보도 바닥에 앉아 이민법 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백악관 앞(남쪽)과 뒤는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다. 늘 경찰이 주변을 살피고 있지만, 쇠창살 사이로 백악관 건물이 훤히 보인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걸으며 이동해야지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다. 순간적인 테러 시도를 막기 위한 보안상의 이유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연좌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은 의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불응하자 경찰은 오후 5시쯤 10여 명의 연좌 시위자와 함께 구티에레즈 의원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들 중엔 워싱턴에서 이름이 알려진 시민단체 책임자들도 있었다. 경찰은 이들 모두에게 플라스틱 수갑을 채운 채 경찰 밴을 이용해 인근 경찰서로 옮겼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이날 밤 수백 달러 벌금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구티에레즈 의원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이민정책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의 벌금은 100달러였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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