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뇌물제공지수 높아'

중앙일보

입력

한국 기업들이 외국의 민간사업 계약을따내기 위해 해당국가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2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의 부패감시 민간기구인 `트랜스페어런시 인터내셔널'(TI)이 779명의 국제적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해외에서의 뇌물 관행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3.4로 조사대상 19개국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10을 뇌물관행이 전혀 없는 것으로, 0점을 뇌물관행이 아주 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스웨덴은 8.3점으로 뇌물이 가장 잘 통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3.1로 뇌물수수가 가장 관행화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호주 8.1, 캐나다 8.1, 오스트리아 7.8, 스위스 7.7, 네덜란드 7.4, 영국 7.2, 벨기에 6.8, 독일과 미국 각 6.2, 싱가포르 5.7, 스페인 5.3, 프랑스 5.2, 일본5.1, 말레이시아 3.9, 이탈리아 3.7, 대만(대만) 3.5등의 순이었다.

LA 타임스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 경쟁사의 뇌물 제공으로 지난 98년에만 370억달러 규모의 해외계약을 수주하지 못했다며 94년이래 1천450억달러 상당의 주요 해외민간사업 294건에 대한 결정에 뇌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낸시 보스웰 TI 미국 지부장은 "뇌물과 부패는 뇌물을 제공받는 개발도상국이나 뇌물을 주는 기업 모두에 큰 손해를 끼친다"면서 "이를 인식하는 기업과 정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난 97년이래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정한 국제뇌물방지협약에 가입하고 21개국이 비준하는 등 뇌물관행에 쐐기를 박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OECD의 뇌물근절책 연구책임자인 스위스 외교관 마크 피스는 한때 해외 뇌물비용을 세금공제해주던 프랑스가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 뇌물 제공행위를 범죄로 간주,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앞으로 국제뇌물방지 노력이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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