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힙합' 무장 드렁큰 타이거 2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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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메신저'를 자임하는 드렁큰 타이거(JK, 션)가 데뷔한 지 1년 만에 2집 〈위대한 탄생〉을 들고 돌아 왔다. 데뷔앨범 한 장만으로 앨범 판매 10만장을 넘긴 대중성에다 국내에선 가장 힙합에 정통한 그룹이라는 평가까지 이끌어 낸 이들은 더욱 친근하고 탄탄해진 힙합으로 재무장했다.

"그게 댄스인가, 아니면 힙합인가"라며 국내에서 '힙합'이라 불리는 것들의 정체성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는 드렁큰 타이거. 이번 음반엔 "힙합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그들의 야심이 그대로 읽혀진다. "새로 선보일 감각을 좇아다닌 1년이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는 말도 그냥 내뱉는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이 음반에는 동양적인 멜로디가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담겼다. 잡담처럼 자신들에 대한 소개와 인사로 시작돼 "힙합이 뭐죠?"라는 질문에 말없이 킬킬거리는 웃음만 담아낸 인트로를 지나 가장 먼저 흐르는 곡은 '그의 끝에 시작'. 어딘가 구슬프고 낭만적인 중국풍 멜로디에 이어 듣기만 해도 금방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귀에 착착 감기는 리드미컬한 랩핑이 돋보이는 곡이다.

타이틀 곡인 '위대한 탄생'은 이런 동양적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시킨 곡. 아예 중국의 소림사에 온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중국 현악기의 묘한 선율과 사내들의 노동요같은 외침과 현란한 랩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노래는 각 마디의 각운을 살리는 대신 첫마디에 힘을 주어 외치는 창법으로 두운을 살린 게 특이하다.

'취권 대 당랑권'이 무사들의 현란한 권법이 바람을 가르는 듯한 효과음을 살려내 재미를 더했다면, '모래시계'는 드라마 '모래시계'중 혜린의 테마 도입부를 반복적으로 샘플링해 여성의 애절한 허밍과 저음으로 주절거리는 랩핑이 묘하게 어울린 곡이다.

이번 음반은 드렁큰 타이거 자신들과 필리핀계 미국인인 래스코우의 공동 프로듀싱으로 완성됐으며 미국의 파라마운트 픽처 스튜디오에 녹음했다. 미국 현지에서 손꼽히는 뮤직비디오 감독들에 의해 미국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도 화제. 퍼프 대디와 노토리어스 B.I.G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던 라이언 헤이더만과 데이브 케보 감동이 공동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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