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반드시 수를 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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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11보(121~136)=허영호 8단이 던진 전보 마지막 수(백△)가 “위험한 손찌검 아니냐”며 잠시 소요(?)를 일으켰지만 곧 진정됐다. 흑은 121 나올 수밖에 없고, 백은 계속 따라가 130까지 막는다. 그때 131로 살아야 하고 선수는 다시 백이 쥔다는 것(131을 손빼면 ‘참고도1’ 백1 정도로 대마는 사망한다). 즉 백△는 특별한 강수가 아니라 백이 자신의 권리라 할 일련의 수순을 선수로 행사했을 뿐이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선수를 쥔 허영호는 드디어 대망의 상변으로 눈을 돌려 132로 못질을 한다. 사방이 두터운 만큼 A까지 넓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바둑이 좋은 관계로 132로 좁힌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132도 넓었던 것일까. 132가 아닌 136까지 좁혀야 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박영훈 9단은 “그럴 수는 없어요. 형태로 볼 때 도저히 수가 나는 모양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한다.

 하나 불리한 흑은 상변에서 반드시 수를 내야 한다. 구리 9단은 거의 노타임으로 133, 135로 움직였다. ‘살 수 없는 형태’라는 데 구리 자신도 동의하겠지만 숨겨진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허영호의 136은 전체를 잡겠다는 수. ‘참고도2’ 백1이 급소임에 틀림없지만 흑 4,6 등으로 골치가 아파질까 봐 꺼린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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