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쾰러 IMF총재 후보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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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13일 독일이 추천한 호르스트쾰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브뤼셀에서 개최된 EU 재무장관회의는 15개 회원국이 모두 쾰러 총재를 유럽연합의 IMF 총재 후보로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쾰러 후보는 미국의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와 일본의 에이스케 사카키바라 전 대장성 심의관과 함께 3자 경선에 나서게 됐으나 앞서 있었던 1차 비공식 투표결과나 관례로 보아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 한 총재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날 베를린에서 슈뢰더 총리와 회담한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는 미국이 쾰러 총재를 "지지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으며 슈뢰더 총리는 구테레스 총리에게 미국과 교섭해 쾰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얻어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연합은 앞서 EU가 지명한 카이오 코흐-베저 독일 재무차관을 반대하면서 새후보 지명을 요구했던 미국이 다시 쾰러 후보를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강력한 인물을 유럽이 지명할 경우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기본입장만을 밝힌 채 쾰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지난 주말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쾰러 후보를 미국이 다시 반대하고 나설 경우 미-독일 양국 관계는 물론 미국과 유럽 관계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U 회원국들은 독일이 새 후보로 쾰러 총재를 내놓은 후 이탈리아가 반대하고 영국도 지지를 표시하지 않는 등 이견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이 지난 주말 쾰러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꾼 후 이탈리아도 지지로 돌아서며 전 회원국 합의를 이끌어 냈다.

IMF와 세계은행 총재는 유럽인과 미국인이 각기 차지하는 것이 관례로 돼왔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종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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