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기적 같은 우승 … LA서 유소연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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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초청 선수로 참가해 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21·한화).

 그는 “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한 홀 한 홀 재밌고 즐겁게, 행복한 골프를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밝게 웃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유소연은 대회를 마치자마자 콜로라도에서 LA로 이동해 피곤할 법도 했지만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음은 유 선수와의 일문일답.

 - 대회를 마치고 곧장 한국에 가지 않고 LA로 온 이유는.

 “LA 지인 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동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친동생도 LA로 왔다. 우승상금(58만5000달러, 약 6억2000만원)은 음악을 공부하는 동생 학비로 쓸 계획이다. 16일에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 우승 축하를 많이 받았겠다.

 “평소엔 그냥 ‘잘했다’ 정도만 하시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너무 좋아하시더라. 친구들과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고 있고, 후원사인 한화 김승연 회장님과 휠라코리아에서 축하 엽서와 화환을 LA로 보내주셨다.”

 - 마지막 라운드에서 긴장하지 않았나.

 “항상 재밌고 즐겁게 골프를 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성적도 좋게 나온다.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 위해 한국 선수들과 경기할 때는 ‘요즘 뜨는 드라마가 뭐냐’ 등의 골프 외적인 질문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한다.”

 - 다른 때와 달리 마지막 라운드에서 눈에 확 띄는 오렌지색 상의를 입고 모자를 썼다.

 “흰색 상의를 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최종 라운드이고 하니 좀 더 강렬한 오렌지색을 추천해 주셨다. 어머니는 저의 코디네이터다. 한국에서도 오렌지색 옷을 입고 우승한 적도 있고 스폰서인 한화의 상징색도 오렌지색이다. 오렌지색이 앞으로 행운의 색이 될 것 같다.”

 - 화려한 색상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튀기 위해서 옷을 고르지 않지만 단정하고 예쁘게 입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경기력도 좋아진다. 날씨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반바지부터 스커트, 긴바지 그리고 민소매 상의부터 반팔, 긴소매까지 여러 벌의 옷을 가지고 다닌다.”

 - 언론에서 이번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서희경 선수와 라이벌로 묘사했다.

 “2009년에 상금 순위경쟁을 했고, 이번에도 1, 2위를 하다 보니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 같다.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제가 서희경 언니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입장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친하다.”

 - 인터뷰를 보니 영어 실력이 매우 좋더라. 언제 영어를 배웠나.

 “어렸을 때 미8군에 가서 영어와 미국 문화를 배웠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지난해 말부터는 캐나다 출신 영어 교사로부터 일대일 과외를 받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영어를 배운다. 미국에 오기 전 영어 선생님과 대회가 열리는 콜로라도주에 대해 함께 공부했다.”

 -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학교(연세대3)에 가서 수업도 듣고 대학 생활도 즐기고 있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아이쇼핑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쇼핑 장소는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다. 저렴하고 이것저것 많이 판다. 요즘엔 나가수(나는 가수다)에 푹 빠졌다. 특히 옥주현씨와 윤도현씨를 응원하고 있다.”

 -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 어머니 음식이 최고인데 육식은 피하고 생선과 야채 위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 내년부터 LPGA로 무대를 옮기나.

 “언젠가는 LPGA 무대에 진출하겠지만 시기는 좀 더 상의해 본 뒤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다음 대회인 LPGA 에비앙 마스터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박상우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L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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