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평창이 바꿀 스포츠 마케팅 패러다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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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충현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

평창이 드디어 삼수 끝에 겨울올림픽을 수주했다. 이번 쾌거엔 우리 기업, 기업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인 최초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박태환, 최연소 메이저 4승의 주인공인 대만의 청야니(22). 스포츠가 언론매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기록이 새로운 주인공을 만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선수들의 스토리가 있는 스포츠는 언제나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접점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 기업들에 스포츠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주력 시장에서 매출과 이윤 창출을 실현하는 비즈니스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스포츠 마케팅을 선도해 왔던 글로벌 기업들은 한발 더 나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포츠를 마케팅 수단만이 아닌,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해 지속가능 경영을 실현하려는 시도다.

 즉, 스포츠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소비자들과 공유하려는 ‘가치공유경영(Shared Value Management)’의 주요 수단으로 스포츠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스포츠 용품기업인 나이키는 스포츠를 활용한 가치공유경영의 하나로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퇴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자선단체 레드(RED)와 손잡고 ‘끈을 묶고 세계를 구하자(Lace Up, Save Lives)’라는 구호 아래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유명선수와 테니스 챔피언 등을 활용해 큰 공감을 얻었다. 아디다스·코카콜라·비자카드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교육환경 개선, 빈곤 퇴치 등 지역의 주요 이슈와 연계한 스포츠 마케팅 전개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오는 8월에 개최될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는 삼성전자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How to PLAY SMART’라는 후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과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이번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함께 참여하는 지구촌 이벤트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개최지인 대구시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세계 속에 대구를 알리는 도시 브랜딩에도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에 스포츠는 더 이상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체에 경제·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고객가치 창조의 매개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기업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상생(相生)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회의 목적과 기업의 목적이 서로 교감을 이룰 때 창출되는 가치가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마케팅의 목적이 단순히 매출과 이윤을 끌어올리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나 소비자들의 목적과 부합할 때 비로소 가치공유경영의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김충현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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