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200억, 그는 문화후원 유치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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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경영의 접목에 주력하고 있는 김장실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이다.

203억 5000만원. 김장실(55)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이 취임 후 1년 반 동안 ‘끌어온’ 민간자금이다. 공간 리모델링에 들일 돈이다.

 물꼬는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5월 텄다. 현재 음악당 내의 공연장은 두 개. 콘서트홀(2300석)과 리사이틀홀(350석) 사이, 중간 크기의 체임버홀(600석)이 필요했다. 김사장은 IBK기업은행에서 45억원을 후원 받고 ‘IBK챔버홀’로 이름을 붙이는 방안을 내놨다. 10월 개관 예정이다. 국립극장이 37억원을 유치한 ‘KB청소년하늘극장’(2008년), 국민체육공단이 30억원을 지급받은 ‘우리금융 아트홀’(2007년) 이후 최대 규모 ‘명칭 후원’이었다.

 기록은 또 깨졌다. CJ가 150억원을 내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리모델링을 돕고 있다. 극장 이름은 ‘CJ토월극장’으로 결정됐고 내년 12월 개관한다. 또 롯데백화점은 3억5000만원을 내고 ‘롯데백화점 키즈라운지’에 이름을 걸었다. 공연 중 아이들을 맡아주는 시설이다. 신세계백화점이 5억원을 내놓은 야외공연장 ‘신세계 스퀘어’도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 사장의 전략은 ‘명칭후원’으로 대표된다. 1988년 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최대 규모다. 3년 임기의 절반을 막 넘어선 그는 “서예관 또한 2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고, 이 중 상당 비용을 협찬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문화의 상업화를 비판한다.

 “예술의전당도 세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매표 수입을 확 늘릴 수 있는가. 모든 객석을 꽉꽉 채워도 운영비의 20~30% 밖에 충당할 수 없다. 문화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올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금을 적극 끌어들이는 게 예술의전당이 살 길이다.”

 -기업명칭 후원은 아직 낯설다.

 “외국에서는 공연장 메인홀에까지 기업 이름이 붙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거부감이 적은 곳부터 시작했다. 이 작업이 마중물이 돼 외국 관객을 끌어들이고, 문화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다른 발전방안이 있다면.

 “예전에 예술의전당에서 TV프로그램을 촬영하려면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하지만 방향을 틀었다. 드라마 작가를 초대해 예술의전당을 소개했다.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 배경으로도 심심찮게 나온다. 결혼식·졸업식장 임대도 고려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오전 9시에 오후 5시 사이에 와보라. 쥐 한 마리 없이 컴컴하다.”

 -문제는 콘텐트 아닌가.

 “일단 하드웨어를, 즉 상아탑 이미지를 깨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콘텐트다. 실력파 예술인을 발굴해 아시아·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내 역할이 완성된다고 본다. 베이징·도쿄의 대표 공연장과 MOU를 맺은 이유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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