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우리 농산물로 가족 입맛 책임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최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로컬푸드’가 지역적으로 인기를 끌고있기 때문이다. 아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이런 지역민들의 관심을 반영해 지역농산물을 식재료로 이용해 요리를 전수하는 향토요리교실을 개설했다. 100% 아산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통해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향토요리교실’의 사전교육 수업을 다녀왔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아산시 농업기술센터 '향토요리교실'에 참가한 회원들이 조리법을 배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리법과 효능을 한번에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지식농업관 2층 교육실 에는 40~50대로 보이는 7명의 중년 여성들이 요리를 배우는데 한창이다. 조리대 위에 놓인 오이, 쇠고기, 계란, 등 각종 친환경 재료들을 다듬는 이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어났다.

“오늘 만들어볼 음식은 배방읍에서 생산된 오이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 입니다. 나눠드린 레시피(조리법 설명서)를 참조해서 맛있는 오이 음식을 만들어 봅시다.”

이미용 아산시 생활문화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원들이 요리에 열중한다. 이날 만들어진 음식은 오이김치를 비롯 오이샐러드, 오이롤초밥, 오이깍두기 등 10여 가지를 훌쩍 넘겼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데만 그치지 않았다. 오이의 효능과 맛이 베는 시기 등 식재료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배우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1시간에 걸친 오이 요리 시간이 끝나자 ‘역사 속 우리 음식배우기’ 시간이 이어졌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장군이 평소 인삼을 즐겨 드셨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이순신장군이 드셨던 인삼 요리를 재연해 보겠습니다.”

이 팀장은 자신이 준비한 문헌자료를 꺼내 보이며 ‘가루인삼 졸이기’에 대한 조리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초등학생 쌍둥이 엄마 임현주(45)회원은 “평소 음식솜씨가 없어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였다”며 “이제 이곳에서 배운 향토요리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현대인들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다 보니 비만에 노출 돼 있고, 시력감퇴 등 건강이 허약해지고 있다”며 “우리 고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로컬푸드는 싱싱하고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신체 면역성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농산물 홍보와 소비촉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로컬푸드’로 가족 식생활 변화

향토요리에 관심을 갖는 회원들은 저마다 “향토음식은 가족들의 식생활도 바꾼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향토음식에 대해 관심이 높던 윤해자(여·55) 회원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가족을 위해 평소 요리를 즐겨 했지만 재료의 선택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비싸고 윤기가 나는 재료가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3년 전 우연히 친구와 함께 아산에서 생산되는 매실의 효능을 들었다.

소화기 기능을 발달시켜주고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설명을 듣고 아산에서 재배된 매실을 구입했다. 지역 농산물이기 때문에 중간마진이 없어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20% 가량 저렴했다.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땐 ‘값도 싸고 하니 속는 셈 치고 구입하자’고 생각했죠. 매실을 담궈 먹어보니 가족들의 밥맛이 좋아지고 소화도 잘돼 다들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윤씨는 그때부터 향토 음식에 관심을 갖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식재료가 신선하고 값이 싸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봤다.

1년간 꾸준히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했던 윤씨 덕택에 가족들의 식생활도 변하기 시작했다. 평소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던 큰 아들도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며 매일 회사에 도시락을 갖고 다녔다. 1년간 배탈이 나거나 감기에 걸린 적도 없었다. 그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술을 자주 먹어 속쓰림에 시달리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젠 술을 먹어도 예전 같은 속쓰림은 없다.

“가족들이 로컬푸드로 인해 식생활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아산시민들이 지역농산물을 애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부터 실시된 향토요리교실에 참가해서 많은 요리법을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향토요리교실은 매월 2~3회씩 정규수업을 하고 있으며 수시로 교육실에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수업 시간도 회원사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올해 말에는 아산 향토 음식 전시회도 가질 예정에 있다.

▶문의=041-537-3810

 
로컬푸드=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요리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동거리를 줄여 영양 및 신선도를 극대화하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해 환경에 대한 부담까지 줄여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